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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의 멋은 그대로가 좋다

이보규 2007. 9. 14. 08:46
 
 
 
 
고향의 멋은 그대로가 더 좋다
 
 
                                                                                                       청암 이 보 규
 
 
 
추석을 앞두고 조상 산소의 성묘를 위해 고향을 미리 다녀왔다.
 
동생들이 미리 와서 벌초를 마친 아버지와 어머니 산소를 먼저 돌아보고
 
칠성초등학교 뒤 성산마을 야산에 있는 우리 집안 선산을 들려 
할아버지 할머니산소를 비롯하여 먼저 돌아가신 집안 어른들의 산소를 두루 돌아보고 올라왔다.
 
선산을 둘러보니 지난해 이후 새로 늘어난 산소의 모습이 유독 발길을 멈추게 했다.
돌아가신 형수님 산소, 그리고 6촌 동생의 산소, 그리고 다른 어른들의 산소,
새삼 새로 조성된 산소 앞에 서서 숙연해 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분들이 돌아가셨다는 사실이 현실이고 평소 그분들과 나누던 일들이 새록새록 생각난다. 
 
얼마가 지난 후에는 나도 죽고 나면 이곳 어디엔가 새로 조성한 낯선 산소의 모습으로
이곳에 묻혀있어야 한다는 현실이 나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태어난 모든 사람은 시간과 날짜는 알 수 없지만 언제라도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야 하는 진리를
조상의 산소 앞에서니 더욱 지금의 삶이 소중하고 사람의 일생이 실감으로 다가온다.
 
고향에서 돌아오면 언제나 생각이 많아진다.
 
어려서 어린 친구들이랑 뛰어놀며 자라던 토막토막 추억으로 떠오르는데
이미 이 세상을 떠난 친구들이 너무 많다.
 
소꿉놀이 단짝도 당시에 세배하러 찾아갔던 어른들은 이미 모두 이 세상을 떠났다.
초등학교를 함께 다니던 친구들마저도 
이미 세상을 떠난 친구가 하나 둘이 아니다. 손으로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떠났다.
 
그렇지만, 우리가 함께 뛰어놀던 뒷동산도, 마을 앞에 흐르는 피라미 가제 잡던 시냇물도,
지게지고 땔나무 하러 오르던 산과 멀리 바라보던 먼 산의 바위도,
거기 그냥 있는데 왜 사람만 자꾸 먼저 사라져야 하는가?
 
그래도 언제나 고향은, 그곳에서 그 모습 그대로 고향을 찾는 나를 반겨 준다.
변함없는 높고 아름다운 산이 있고 계곡에는 물이 흐르는 조용하고 정겨운 고향마을 태성.
이곳에서 태어나서 자라고 꿈을 키우던 내 고향땅, 이곳을 올 때가 행복하다.
 
마을로 내려가서 동생집에 들렀더니 아우가 직접 따다가 봉지에 담아준 싸리버섯을 받아들고
서울로 돌아와서 맛있게 버섯국을 끓여 먹으면서 또다시 고향이 그곳에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그러나 괴산(槐山)읍내 버스주차장 인근에 있는 식당에서 먹은 올갱이국이
맑은 괴강(槐江)에서 잡은 올갱이가 아니라 중국산이라는 말이 자꾸 아쉽게 생각된다.
 
고향땅 태성(台城)마을로 가는 꾸불꾸불 고갯길을 넘으면서
긴 교각이 세워지고 넓은 새 도로가 새로 건설되는 현장을 지켜볼 수 있었다.
 
고향땅으로 통하는 길이 넓은 도로가 생기고 새로 포장되고 새 도로망이 생겨나면
주변이 새롭게 개발되고 부동산의 값이 오르는 것은 바람직하고 찬사를 보내야 마땅할 일이다,
 
그러나 어쩐지 세월에 따라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변하여 낯설어지는 내 고향모습이
두고두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하지만, 고향은 언제나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계시는 어머니 모습처럼
옛날 그대로의 고향 모습을 영원히 가슴에 담고 그곳을 항상 그리면서 오늘을 살아가고 싶다.
 
높고 푸른 산의 아름 다음도, 언제나 흐르는 맑은 강물도, 꾸불꾸불 논둑길도,
해맑은 사람들의 미소도, 소꿉놀이하던 친구도, 순박한 동네 사람들도
모두 그대로 영원히 있어주기를 바라는 것은 나만의 욕심일까.?
 
고향의 멋과 그리움은, 옛 모습 그대로 있을 때가 나는 더 좋다. 끝  n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