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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교통사고, 나는 이렇게 처리했다

이보규 2008. 3. 3. 22:10

 

               황당한 교통사고, 나는 이렇게 처리했다.


   삼일절이 공휴일이자 토요일이고 보니 오라는 곳도 갈 곳도 많고 가야 할 곳도 많았다.


   매년 초등학교 동기생들의 모임이 이날 청주에서 있었지만 청주에가면 하루 온종일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일단 포기하고 친구에게 정화로 사정을 말하고 서울에서 볼일을 보기로 작정했다.


   먼저 교회에서 거행하는 K 집사님 댁 결혼식에 참석하고

   이어서 오찬 약속 장소로 자동차를 운전하고 분당 야탑동 큰길을 지나가고 있는데

   오른쪽 조수석 쪽에서 “쿵 우지직” 소리가 나서

   순간 접촉 사고를 직감하고 급히 차를 세웠다.


   옆에 달리던 대형관광버스의 왼쪽 앞부분이 내 승용차 뒤 문짝을 푹 망가트려 버렸다.

   먼저 차에서 내린 관광버스 젊은 운전기사는 큰소리로 눈을 부라리고

   나를 보고 운전 똑바로 하라고 호통을 치고 있었다.


   내 차선을 똑바로 잘 운전하고 달리고 있었는데

   버스가 급히 차선을 변경하려다 내 차를 추돌한 것 같은데 적반하장이다.


   나는 내가 어떻게 뒤에 있는 자동차를 박을 수 있느냐고 하니까

   나에게 양심을 팔지 말라고 점점 목소리는 커지고 분위기는 험악해지고 있었다.


   나는 황당했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조금 정신을 가다듬고 교통사고처리 전담반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던

   후배에게 전화해도 통화가 되지 않았다.


   래커 자동차가 달려오고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고 래커기사는

   재빨리 버스와 내 자동차의 바퀴에 흰 페인트로 표시하고 있었다.


   때마침 근처에서 운행하던 우리 교회 버스의 C 기사가 차를 세우고 나타났다.

   한편, 매우 반가우면서 한편 고맙고 천군만마(千軍萬馬)를 얻은 기분이었다.


   카메라로 현장을 촬영한후 나에게 빨리 보험회사에 신고하라고 귀띔을 해 주었다.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먼저 보험회사에 연락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잠시 잊고 있었다.


   사고 신고를 마치고 기다리는 시간은 불과 15분이었지만 큰길 도로 한복판에서

   대형 버스와 내차가 부서진 모습으로 길을 막아 서 있는데

   가끔 보아 왔던 교통사고 현장 모습을 내가 주인공이 되어 연출하고 있었다.


   부끄럽기도 하고 한편 창피하기도 하고 그 순간이 마음속으로 무척 길었다.


   얼마 후 마침 보험회사 직원이 헐레벌떡 다가오더니

   “어르신 몸 다치신 곳은 없으신가요?” 하더니 현장을 둘러 보고나서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가 피해자입니다.”라고 말하니까

   그 소리를 듣고 있던 버스운전기사는 또 보험회사 직원을 향해 고함을 치고 있었다.


   그러나 보험회사 직원은 침착했다.

   “어르신 아무리 우겨대도 저쪽 보험회사 직원이오면 그 직원과 이야기하니까

   대꾸하시지 말고 차에 타고 계세요.”


   얼마가 지난 후에 버스 쪽 보험회사직원이 와서 둘이 서로 현장을 보더니


   “어르신 저쪽에서 꼬리를 내렸습니다.자신이 가해 차량을 인정했습니다.

   우리는 정상적으로 내 차선을 가고 있었고 상대 버스가 차선을 바꾸려고

   자동차로 치고 들어온 것이기 때문에 피해를 보신 것입니다.

   이제 바로 렌터카를 불러 드리겠습니다.”


   나는 부서진 차를 공장으로 보내고 렌터카 자동차 키를 받아서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오찬 약속 장소로 갈 수 있었다.


   오늘 보험회사로 부터 전화 연락을 받았다.

   접촉사고에서 대부분 100% 과실은 없고 8대2로 판정 되에 20%의 과실은 감수하시고

   수리가 끝나면 보험금이 처리된다고 한다.


   “제가 사고를 내고 먼저 펄펄뛰던 젊은 관광버스기사님!

   나이 많은 사람에게 말 좀 조심하고 운전도 조심하세요.

   나는 교통사고 당하고 양심 파는 사람 아니니까 너나 잘하세요.“

  

    만나면 나도 크게 한번 호통치고 이렇게 말해 주고 싶지만 이제는 생각뿐이다.


   이번 사고를 처리하는 과정에 보험회사 직원의 친절과 고운 말씨는 인상적이었고

   우리나라도 교통사고의 처리 시스템이 아주 좋았다.

   보험회사에서 불편이 없었냐 현장에 즉시 출동했느냐고 또 확인 전화가 왔다.

   성숙한 사회의 보장 시스템에 손색이 없는 조치였다. 


   일생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아도 좋은 교통사고를

   예고 없이 경험하고 당황했던 사고 순간의 이야기를 남긴다.

 

   끝으로 항상 동행하시며 저를 보호해 주시는 하나님!

   사고 현장에 달려와서 조언하고 위로 해주신 C 집사님! 감사합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