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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장례식과 결혼식의 의미있는 이야기

이보규 2008. 5. 5. 20:32

     

            어느 장례식과 결혼식의 의미있는 이야기

 

                                                                           청암  이 보 규




아침에 잠에서 깨어 눈을 뜨자마자 6시 첫 TV뉴스는 충남 보령 죽도의 어제저녁

해변에서 파도에 휩쓸려 사망한 사고소식이 머리뉴스였다.


연휴에 가족과 함께 바닷가에 놀러 갔던 젊은이와 어린이 등 9명이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였고

실종자를 찾으려고 수색에 나섰다는 소식이다.


삶에서 죽음으로 생이별을 하고 울부짖는 가족들의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무거웠다.

그 가족들은 이제부터 한순간에 가족을 잃은 비극이 앞으로 계속 전개될지 모른다.


또한, 토지의 작가이신 박경리 여사가 암이 발생하였는데

그간 항암치료를 거부하다가 타계하였다는 슬픈 소식이다.

며칠 전 골프 하러 가던 두 사람이 중부고속도로 위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사건이 연상되어

인생이 초로(草露)와 같다는 말이 실감 난다. 왜 이와같이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은지 모르겠다.


오늘 아침 부지런히 서둘러 아산병원 장례식장으로 달려갔다.

우리교회 한 가족이었던 지방중학교 K 교장선생님이 그동안 암으로 투병하다가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후 많이 호전되었다고 인사까지 했는데 갑자기 운명하셔서

오전 8시 발인예배에 아내와 함께 참석했다.


59세의 한창 일 할 분인데 암 발병을 극복하지 못하고 별세하여 장례식장에서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던 그의 아내와 아들의 울음은

장례식에 참석한 모든 이들의 마음을 슬프고 아프게 했다.


김상복 목사님은 설교를 통해 죽음은 영원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영혼이 천국에서

다시 만날 수 있는 것이라고 유가족을 위로 했다.


나무토막도 불에 타서 없어지는 것처럼 보여도 어디엔가 “질량의 법칙”으로

재로 남아 있듯이 우리의 육체도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설교했다.


찬송을 부르고 기독교의 장례 절차에 따라 엄숙하게 죽음으로 마감한 생애를 시체로 변하여

화장장으로 향하는 버스 옆에 서서 생과 사의 의미를 묵상했다.


살아있는 동안은 누구나 순간이다. 죽음이 와서 떠나고 나면 가족들이 슬퍼 우는 것도

잠시일 뿐 우리는 또 죽음으로 한 발자국씩 다가가는 것이다.


피할 수도 비켜갈 수도 없는 죽음의 숙명 앞에서 언제나 당당한 나의 모습을

가족이나 자식들이나 주변에 보이고 싶다.


장례식에 참석하고 집으로 돌아왔다가 오후 1시에는 또 P 집사님의 장남 결혼식이

교회에서 있어서 이번에는 결혼식에 참석했다.

결혼식은 멋이 있었다. 크로마 합주단의 연주에 이어 총신대학교 합창단과

오케스트라의 연주 그리고 음악전공 신랑의 축가로 이어지는 결혼식은 한마디로 축제였다.


아침 8시에 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K 교장선생님의 장례식을 주관하던

김상복 목사님은 오후에는 교회 중성전에서 결혼하는 P 집사님 아드님의 결혼식을

또 주례하고 있었다.


하루 동안에 오전에는 한 가정의 부부가 서로 죽음으로 이별하는 장례식에 갔다가

오후에 한 가정이 행복한 결혼식으로 젊은 부부가 탄생하는 것을 오가며 지켜보았다.

주례는 신랑신부를 서약 받고 한껏 축복해 주었다. 하객은 모두 박수로 축하했다.


서로 다른 의미가 있는 행사를 하루 동안에 두 곳에서 다른 감동으로 다가왔다.

이 세상에는 끊임없이 생과 사가 교차하며 이어지고 기쁨과 슬픔이 항상 공존하는

우리의 삶이 참으로 위대하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아무리 위대한 사람이라도 부모를 통하여 사람으로 태어나서 호흡하고 밥을 먹어야 하고

생명이 있는 한 병들고 아파하고 희(喜)ㆍ노(怒)ㆍ애(哀)ㆍ락(樂)의 감정을 체험하다가

어느 날 홀연히 천국으로 갈 수밖에 없는데 그동안에 왜 그렇게 버둥대고 사는 것인가?


권력도 명예도 누구에게도 순간이요. 돈을 많이 가진 부자라도 도 병들고

누구라도 사고 나면 순간 빈손으로 이 세상 떠나갈 것을 알면서도

영원히 죽지 않을 것처럼 설치며 사는 것을 보면 서글픈 생각이 든다.


이제 남은 한정된 시간을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병들어 고통 속에 거동 못하고 가족에게 피해를 주는 삶은 정말 피하고 싶다.

자식들에게 기대어 눈치 보며 사는 추한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다.

건강하게 사는 동안 남에게 유익하도록 항상 웃고 살며 어두운 면 보이지 않도록

당당하게 살고 싶다.


이 세상을 떠날 때는 영원히 사는 천국에 갈 수 있도록 기도하며 살아야겠다.

그렇게 하려면 작은 일도 감사하고 항상 기쁘고 즐겁게 이웃과 더불어 사는 것이

천국으로 통하는 길이라고 믿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