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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도하는 남자, 화장하는 여자,누가 더 좋을까?

이보규 2008. 5. 19. 06:45

 

                     면도하는 남자, 화장하는 여자, 누가 더 좋을까?


                                                                                                                            청암  이 보 규

왜 수염은 남자만 자라는가?

요즈음 아침마다 면도하기가 귀찮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 다른 점이 한둘이 아니지만, 그중에 매일 자라나는 턱수염이다.


하나님의 섭리로 태어난 남자와 여자를 두고 우열을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아침 얼굴에 면도할 때는 귀찮아서 수염이 자라지 않는 여자가 부러울 때도 있다.


만약에 여자도 수염이 자란다면 아내가 사용하는 좋은 면도기 함께 쓰면 될 텐데

우리 집에서 면도하는 것은 나의 몫이고 그래서 한번 생각해 보는 것이다.


가끔 집에서 며칠 동안 쉬어도 될 때나 어쩌다 휴가 중에 멋을 내어

수염을 그냥 두면 아내의 성화에 도저히 버티기 어렵다.


몇 해 전까지는 동내 대중목욕탕에서 일회용 면도기를 비치해 두어서

목욕할 때마다 수염을 자르면 별도 시간이 필요 없었는데

일회용 물품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기 시작한 후에는 매일 아침마다

집에서 면도하는 일이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다.


아침마다 늦잠자고 난 후 세수하고 면도하고 넥타이 매고 양복 입고

후닥닥 시간 맞추어 뛰어나가는 것도 이제는 젊어서처럼 속도감이 없어

요즈음은 늘 허둥대고 바쁘게 나선다.


급히 서두르다 보면 지갑을 빠트리기도 하고 휴대전화기를 두고 나오기도 하고

밤새워 정리한 강의 원고를 서재에 두고 와서 다시 집으로 뛰어 되돌아오기 일쑤이다.


아내는 늘 엘리베이터 앞에서 지갑? 열쇠? 전화기? 손수건은? 하나하나 말하면서

나를 챙겨 주느라 같이 늘 바쁘다.

아침에 면도 하나만 아니해도 훨씬 덜 바쁠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한 때는 전기면도기로 쉽게 사용했는데 면도 후에 깔끔하지도 않고 자주 고장이 나서

여행 중에 잠시 사용하는 간이용만 두고 그것도 모두 쓰레기통에 버렸다.


이제 면도기를 사서 매일 아침 면도하는데 칼날이 며칠 사용하면 무디어져

새로 사서 새것으로 교환하려면 회사마다 손잡이와 면도날을 끼우는 방법이 달라서

사용할 수가 없어 슈퍼마켓으로 가서 바꾸려면 바꾸어 주지도 않는다.


화내고 소리치고 싶지만, 교양 있는 척하고서 하는 수 없이

새로 손잡이까지 사면 먼저 사용하던 것은 버려야 한다.

면도날을 사러올 때는 손잡이를 들고 오라고 한다.

남자가 사용하던 면도기 들고 슈퍼마켓에 가는 일이 어디 그렇게 쉬운 일인가?


면도기를 표준화하면 될 텐데 소비자를 위해 누가 그것도 하나 못하는가?

면도칼의 날이 두 날이니 세 날이니 하면서 소비자를 불편하게 만든다.


나는 수염은 늘어나고 머리는 점점 더 빠져 대머리가 되었는데 수염은 덜 나더라도

머리카락이 안 빠지면 훨씬 젊어 보일 터인데 하는 부질없는 생각이다.

아무튼, 나는 날마다 턱에 자라는 수염을 면도하는 일이 귀찮다.


옛날 사극에서처럼 남자들이 모두 수염을 기르면 어떨까?

면도하는 시간은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면 면도기 만드는 회사는 모두 업종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여자들은 수염이 안 자라서 좋을 것 같은데 반면에 화장하는 일이 또 힘드니까

아무래도 화장하는 일보다는 면도하는 일이 더 쉬울 것 같다.


그렇지만, 보다 획기적으로 반영구적이면서 편리한 면도기를 만들어서

쉽고 빠르게 면도하는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


우리나라는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민주주의 뿌리가 토착화하면서 사회변화 가운데

가장 발전한 것 중의 하나가 여성의 신장이다.


이제 여성을 호칭함에 집에 있는 사람을 뜻하는 “집사람” “안사람” “계집” 이 아니다.

한 가정의 경제권이나 자녀교육의 주도권도 거의 이제는 어머니로서

여성의 몫이 된 지 오래다.


가정에서뿐만 아니라 사회 각 분야에서 활동이 눈부시다.

새로 발행하는 화폐 5만 원 권에 신사임당의 초상을 도안하는 것도

여성지위향상의 한 단면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미국에서는 말할 필요도 없지만, 우리나라의 오늘날 정계나 경제계를 보아도

여성의 역할과 힘이 대단하다.


최근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도 여성이고 스포츠계의 국제적으로 명성을 떨치는

골프. 빙상, 궁도 등의 스타도 단연 여성이 우세하다.

국가 행정, 사법고시의 여성의 증가율이나 초등학교 교사의 수적 증가를 보아도

우리나라여성의 위치가 몇 해 전과 비교하는 것은 이제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


턱의 수염을 만지며 면도를 하다가 생각해 보니 그래도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 매일 화장하는 일보다는 면도하는 일이 훨씬 더 쉬운 것 같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