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탈 때 보기 싫은 사람
청암 이 보 규
지하철은 이제는 서울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아주 편리한 문명의 이기이다.
그렇지만, 지나간 현직 시절에는 별로 이용하지 않았다.
대부분 승용차로 출퇴근했고 한동안은 전용 기사의 도움으로 활동했으니
지하철을 이용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
그러나 요즈음은 이용 빈도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으니 그만큼 관심이 많다.
결혼식이나 모임에 참석할 때는 시간 맞추기가 좋고 안전하고 경로우대 표를 받아서
무임승차를 하고 보니 미안하지만, 이용이 너무 쉽고 편리하다.
그러나 도시에서는 질서가 생명인데 질서를 무시하는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오늘도 인천시 주안에서 친지 따님의 결혼식이 있어 여기에 참석하기 위해
잠실역에서 2호선을 타고 신도림역에서 환승해서 1호선 동인천행을 타고
지하철로 왕복하며 다녀왔다.
언제나 지하철을 타려면 돌계단을 걸어서 승강장으로 내려가는데
왜 일부 시민이 좌측통행을 하지 않고 서로 부딪치며 계단을 오르고 내리는지 모르겠다.
돌계단에 대부분 좌측통행하도록 화살표로 보행방향을 표시해 놓았는데
이를 무시하고 다녀도 아무도 계도하지 않기 때문에 늘 혼잡하다.
열차가 도착할 때쯤은 도착이 늦은 사람들이 방금 도착하는 열차를 타려고
계단을 껑충껑충 뛰어서 내려가는데 옆을 지나려면 겁이 난다.
얼마 전에는 시청역에서 교차하던 다른 사람의 발에 걸려서 내가 넘어진 적도 있다.
그날 내가 넘어져 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 아무도 관심도 없고
모두 그냥 지나칠 뿐이었다. 그 후부터는 계단을 다닐 때는 언제나 조심조심 다닌다.
젊어서는 아무리 누구와 부딪쳐도 괜찮지만, 나이가 들고 다리가 불편하니까
여간 조심이 되지 않는다.
다음으로, 열차가 도착하면 줄을 서 있다가 차례로 타면 될 텐데
줄을 무시하고 먼저 비집고 내릴 사람이 하차도 하기 전에 뛰어드는 사람이다.
내리는 사람이나 내리는 사람이 서로 불편하다. 차례를 기다릴 줄 모른다.
이어서 빈자리 찾아서 뛰어서 비집고 자리에 않는 사람을 보면 정말 천해 보인다.
더구나 서 있다가 자기 앞에서 내리는 사람이 아니라도 서둘러 비집고 자리에 앉는다.
그뿐만 아니다.
방송으로 전화를 진동으로 하고 옆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말라고 하고 있어도
이상한 별소리 크게 해 놓고 벨 소리 나면 큰 소리로 이동전화 받으면 정말 쳐다보인다.
또한, 꼴사나운 것은 다른 사람들 의식하지 않고 큰 소리로 열차에서 떠들고
시끄럽게 하면 그 사람 옆에 있기가 싫다.
요즈음에 눈에 거슬리는 것은 잡상인이 소리치며 물건 파는 상행위와
커다란 음악 틀고 다니며 구걸하는 사람과 험상궂은 장애인의 구걸행위는 정말 보기 싫다.
의지가 있으면 근절시킬 수 있을 텐데 왜 못하는지 모르겠다.
경로석에 50대쯤 젊은(?) 아줌마 임신할 나이도 아니고
멀쩡한 다리 떡 벌리고 앉아서 백발노인 서 있어도 끄떡없이 버티어 외면하고 있거나
경로석의 대상이 아닌 사람이 경로석에 앉아 있으면 그 사람이 보기 싫다.
반면에 누가 보아도 백발노인이 경로석 비워두고 일반석에 앉아 있어도 그것도 부끄럽다.
또한, 젊은 남녀가 서로 마주 보고서서 주위 어른들 의식하지 않고
애정행각으로 껴안고 서로 비비는 모습도 보기 거북하다. 가족이 보면 어쩌려고….
지하철의 대중교통을 어둠이 깔린 공원쯤으로 생각하는 것일까?
지하철 안쪽 벽에 지하철 탈 때 지켜야 할 수칙을 예쁘게 만들어 부쳐 놓았으면 좋겠다.
그러나 이처럼 보기 싫은 사람은 일부일 뿐이고 대부분은 자리를 양보하기도 하고
비어 있는 의자 있어도 서서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다소곳이 앉아 책을 읽고 신문을 보는 사람도 많아 지하철의 풍경은 아름답다.
그렇지만, 아쉬운 점이 또 있다면 신문 읽으며 가다가 내릴 때
보던 신문 아무 곳에나 선반 위에 마구 버리지 말고 들고 내렸으면 지하철이 더 깨끗해질 것 같다.
아무튼, 정말 지하철은 편리하고 시간 약속 지킬 수 있고, 걷기운동도 되고, 노인들을 공짜로 태워 주니
언제나 이용할 때마다 고맙고 오직 미안할 따름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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