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낙비 오는 날 지하철역 우산 파는 아줌마
청암 이보규
어제 점심을 충무로에서 하기로 했다.
K 실장의 사무실이 그곳 근처라 내가 지나는 환승 지점이기에 그곳에서 만나 가볍게 식사하기로 약속을 했다.
자동차를 수서역 환승주차장에 두고 3호선을 타고 충무로 역에 내렸는데 개찰구에서 나오니
모두 빗물이 줄줄 흐르는 우산을 들고 있어서 나가서 출구의 계단을 올려보니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자동차 트렁크에도 우산이 두 개나 있고 집에도 우산이 많이 있는데 한 개 들고 올 걸 후회했지만,
현실은 당장 우산이 필요했다. 우산이 없으면 양복이 흠씬 젖어 버릴것은 뻔한 일이다.
마침 출입구 계단 아래서 아줌마는 우산 몇 개를 펼쳐 놓고 팔고 있었다.
허름하고 제일 싼 접는 우산 하나 사려고 하니 4천 원이라고 한다. 잠시 한 번 순간에 필요한 것이 우산이다.
농담 삼아 다른 곳에는 3천 원씩 하는데 비싸서 안 산다고 말하니까 그제서야 3천 원을 내라고 한다.
왜 세상이 이렇게 약삭 빠르게 다른이의 약점을 이용하여 자기이익을 챙기려고 하는가.
소낙비 내리는 시간 우산장수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순간에는 값이 비싸도 사야 한다는 약점을 이용하는 것이 미웠다.
길에서 우산을 파는 아줌마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뒷맛이 씁쓸했다.
돌아서서 생각하니 적선하는 셈치고 그냥 4천 원에 사줄걸 그랬나 후회도 했지만 핵심은 자기이익만을 생각하는 풍토이다.
어제 산 비에 젖은 우산을 펼쳐 놓고 말리면서 별의별 생각이 다 난다.
옛날 해변의 바캉스철에 바가지 요금은 잘 알려진 일이지만 독점기업의 가격횡포는 한둘이 아니었다.
상대의 약점을 찾아서 무차별 공격하는 아프리카의 동물의 왕국이다.
국민을 담보로 순간마다 당리당략을 노리는 국회와 정당 정치인들은 이제 아예 무시해주고 싶다.
비정규 법을 여야가 합의하지 못해서 실직으로 내몰리는 비정규직의 아픔을 정치인은 보고 있는가.
당신들 때문에 서민은 고통을 받고 있는데 오로지 독점의 권력을 내가 쥐고 있다고 버티고 있으면 그것이 상책인가.
산적한 소위 민생법안을 앞에 두고 고함치고 버티고 싸움질하고 있으면 그만인가.
내가 아니면 아무도 처리 할 수 없는 일이기에 당사자의 아픔을 외면하고 버티어 서있는 당신들이 진정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가.
오늘의 국회의 현실이 아쉽다.자기들만의 특권이라고 이해득실 따져가며 싸우는 우리국회 모습이 창피하다.
기존 국회의원 중 국민을 외면하는 의원은 골라내어 모두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국민이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그래도 현역 국회의원은 당신들 뿐이라는 현실이 더욱 우리의 희망을 어둡게하고 슲프게 한다.
그런 일은 정치뿐이 아니다.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가면 왜 그렇게 환자가 많고 또 의료비가 비싼지 모르겠다.
환자는 많고 병을 고치려면 병원을 찾아가야 하니까 울며 겨자 먹기로 의사 처방을 따라야 한다.
진찰을 위한 소위 MRI 촬영비나 검사비 등이 무척 비싸다. 병원에 갈 돈이 없어서 고통받는이들도 많다.
중병 걸린 가족 한 사람 있으면 병원비 부담은 있지만 병을 고쳐보려는 일념으로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발버둥을 치며 산다..
최근에 S 병원의 대법원 판결을 받고서 존엄사로 처리 하는 행태와 과정을 지켜보면서 마음이 착잡하다.
병원비가 비싸면 병원에 가지말고 아픈 몸 가지고 고통 받고 살다가 그냥 죽으면 그뿐일까.
그뿐만 아니다. 살다가 보면 사건이 생기거나 소송에 휘말리면 서민들은 감당하기에 부담되는 변호사 비용도
이용하는 사람의 편에서 보면 부담이 너무 크다. 다른 대안이 없기에 변호사를 찾지만, 비용이 만만한 수준이 아니다.
그래도 피할 수 없이 감내해야 하는 외길이기에 대안이 없어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자본주의 사회이기에 경쟁해서 법관되고 변호사 되고 의사 되었으니 고소득은 당연하다는 사실을 모르는바가 아니다.
그러니까 너도 공부 열심히 해서 그것 하지 그랬느냐고 다그치면 할 말이 없다.
최근 북한의 개성공단 문제도 북한 측의 처사를 보면 시설 투자 다하고 이제 기술 습득 어느 정도 했으니까
그 약점을 이용해서 계약된 신의를 버리고 이익을 챙기려고 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장 단거리 미사일을 계속 발사하고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전쟁의 공포로 몰아가면서
국제사회에서 이익을 챙기려는 술책이 눈에 보인다. 북한 주민 선택의 여지가 없는 독재 정권이기에
밥을 굶어도 핵무기만 만들려는 속셈을 과연 북한 주민들은 모르는 줄 아는가?
소낙비 내릴 떄 우산장수처럼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이 지금도 우리의 생활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다.
비가 오면 우산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미 비에 흠뻑 젖어버리면 우산이 필요 없다는 사실도 동시에 알아야 한다.
비 그칠 때 기다려서 나가면 그만이고 다른 출구에서 싸게 우산파는이 찾아 사면 그만이다.
쥐도 도망갈 구멍을 두고 쫓으라는 말처럼 쥐도 고양이를 물어버릴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말해 주고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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