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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죽음 앞에서

이보규 2009. 7. 18. 10:10

                

                        친구의 죽음 앞에서

 

                                                                                                                                                      청암 이보규

무병장수가 우리의 삶 가운데 가장 소망하는 일이 아닐까?

옛날부터 전해오는 오복(五福) 중에 장수와 건강은 가장 먼저 꼽는 이유도 제일 지키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건강한 사람은 건강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체험할 수 없다.

병이 발생해 보아야 그 고통을 알고 고통 속에서 진정한 건강을 갈망하게 된다.

아무리 훌륭한 인격을 지니고 다양한 지식과 돈과 기술을 가지고 있어도 생명이 있어야지 죽어버리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현대의술이 발달하서 병을 예방하고 수술을 통해 병든 장기를 바꾸어 달아도 다가오는 죽음 앞에는 누구나 속수무책이다.

 

서울시에서 함꼐 근무하던 유능하고 열심히 살던 한 친구가 이 세상을 떠났다.

나이는 나보다 아래였지만 공직자로서 정말 열심히 살아서 사무관은 내가 2년을 먼저 승진했지만,

그다음부터 승진은 나를 앞질러서 승진을 거듭하고 나중에는 청와대에 가서 중요보직을 맡아서 소위 출세한 인물이였다.

재직 중에 박사학위도 받아서 퇴직 후 지방대학에 총장도 하고 지난 총선에는국회의원 하려고 마포구에 여당에 공천 신청도 하고

정치 포럼도 만들어 운영하고 오직 출세지향으로 목표를 두고 그길을 향해 일관했었다.

 

뿐만아니라 문화 활동도 열심히 하고 인맥관리의 넷트워크관리도 빼어나서 나는 그 친구를 늘 부럽게 생각했었다.

그 친구는 내가 하지 못하는 일, 나도 하고 싶은 일을 언제나 앞서서 열심히 성취하고 그가 맡은 일에 온 힘을 다했다,

그러나, 동료 사회에서 그런 모습이 바람직한 모습으로 보이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런 모습 때문에 동료 사회에서 그 친구에게 진심을 나누어 주거나 호감을 느끼는 친구는 그리 많지 않았다.

예가 적합하지는 않지만 뒤에 달리던 자동차가 마구 추월하여 앞으로 질주하는 모습을

추월당한 입장에서 못난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아니었는지도 모르겠다.

 

몇년전 어느 날 간의 이상 징후 진단으로 병원에 입원하여 고통을 받고 있어 문병을 가서 위로하여 주었다.

그렇지만, 그는 불사조였다. 언제 그런일이 있었느냐는 듯 건강한 모습으로 또 다시 전면에서 뛰어 다녔다.

그런데 지난해 다시 간암의 진단을 받고 또다시 입원하였고 급기야는 큰아들의 간을 이식받아 수술에 성공하였다.

현대의학을 추켜세우고 다시 건강을 회복하고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재개했다.

 

나에게도 정치 입문을 권장해서 송파지역을 관리하여 함께 동행하기를 권하기도 했다.

오래전부터 머리가 빠져 나이가 들어 보이는 모습을 가발을 만들어 써서 젊어 보이려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나는 그런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저서 마음속으로 조용히 건강이나 챙기고 모든 사회활동을 단순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만나면 너무 의욕이 앞서 그런 말을 할 틈도 주지 않았다.

 

그의 인생은 가발로 장식한 젊음도, 간이식 수술로 되 찾은 건강도 간암의 합병증으로 헤어나지 못하고

세상을 하직하였으니 다시는 그 친구 모습을 이 세상에서는 볼 수 없게 되었다.

종합병원 영안실에 들려 사진을 바라보며 지난 여러가지 인연을 되새기며 머리 숙여 문상하였다.

영정사진 앞에 조아려 서 있는 두 아들의 얼굴은 보는 순간 옆에서 불쑥 튀어나와 "형 나에게 간을 떼어준 아들이야" 라고

손내밀어 반겨주는 그 친구의 모습이 스쳐 갔다. 자신의 간을 아버지에게 준 듬직한 아들은 무표정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가슴이 뭉클하고 콧마루가 시큰해져 그 아들을 똑바로 바라보기가 민망했다.

아버지로부터 받은 생명과 장기를 아버지를 위해 바친 훌륭한 아들이었다. 다만, 그 보람도 없이 죽어서 아쉬움이 가슴 아프다.

 

나는 속으로 만약 나의 아들도 내가 간이 나빠져 간을 주겠다고 나서도 나는 거부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부질없이 죽어 가야 하는 길 발버둥치며 더 살려고 몸부림쳐도 생명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렇지만, 돌이켜보면 지난날 병들어 마음의 고통과 육체의 통증에 잠 못 이루며 울며 눈물로 보낸 시간을 회상하니

앞으로 육체가 병들고 통증의 고통과 싸우며 살아갈 날들이 생각하면 걱정이다.

하나님은 내일을 걱정하지 말라고 말씀 하셨다.죽는 일과 시기와 방법은 오직 하나님의 영역이다.

나의 의지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때까지 건강하고 싶다. 다시 말하면 아프지 말고 살고 싶다.

그것을 향해 간절하게 기도 할 일이다.

 

그렇지만 나는 건강을 지키려고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노력을 해 보는 것이다.

관절염을 예방하려고 영양제를 먹고 아침마다 새벽에 반신욕을 통해 혈액 순환을 돕고 있다.

또한 전립선 때문에 매일 약을 복용하고 발목 펌프로 몸을 다진다. 그냥 건강을 위해 노력할 뿐이다.

관절염의 예방에 좋다고 해서 매실즙을 내어 다려서 매일 아침 공복에 먹는다.

척추에 좋다고 해서 턱걸이를 수시로 매달리고 실내 자전거와 워킹머신에 수시로 올라선다.

의사나 전문가의 권고가 있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상식으로 해야 할 것 같아서 할 뿐이다.

나는 좋아서 한 일이 오히려 건강을 해친 체험을 하고 나면 지금의 건강을 위한 노력이 오히려 부질 없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공자께서도 모사(謀事)는 재인(在人)이요 성사(成事)는 재천(在天)이라고 하셨다.

 

사회 활동이나 건강 유지에 있어 주변을 되돌아 보면 욕심이 지나쳐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를 종종 본다.

사람의 힘이나 노력으로 할 수 없는 영역을 인위적으로 달성하려고 해도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선배 한 분은 건강을 위해 골프 하다가 공 찾으러 러프에 들러 갔다가 오히려 발목 인대를 다쳐 고생하고 있다.

건강을 쫒아 다닌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건강을 지켜주려고 단전호흡의 사범으로 활동하던 이가

먼저 암으로 세상을 떠나 가서 그죽음을 안타까워 하기도 했다. 사람의 한계가 거기일 뿐이다.

 

최근 뉴스에 따르면 대통령 하시던 분이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 했다.

중환자실에서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며 이제 호전되어 인공호흡기 달고 치료한다고 한다.

시간의 문제이지 그분도 영원히 살 수 없고 결국은 돌아가실 것이다.

건강과 미모를 겸비하고 명예를 위해 살던 고미영 여자 산악인도 자기 의사와 관계없이 에베레스트 산에서 죽었다.

유명 여배우가 병들어 죽고 외국에 유명한 가수도 젊은 나이에 죽었다고 온통 요란하게 죽음을 보도하고 있다.

일상 있는 일이다. 거역할 수 없는 죽음을 인위적으로 순간 병든 몸을 고친다 해도 큰 틀에서 보면

순간 고쳐진 것으로 생각하지만 결국은 죽음으로 가는 길목에 작은 사건으로 다소 연장될 뿐이다.

살아있는 동안 겸손하고 순리앞에 머리 숙이고 더욱 낮아져야 한다.

 

역사 속에 어느 인물이 아직 죽지 않고 살아 있는가? 좋은 일로 이름을 남긴분도 떠나고 지탄을 받고 악역을 하던이도 떠났다.

대자연 일부일 뿐인 우리 인생을 가장 바람직한 모습으로 디자인하여 남은 생애를 잘 관리해야겠다.

그리하여 어느 신부님 처럼 죽음뒤에 모든 이들이 떠나가는 것이 아쉬워 애도하는 값진 삶이 되도록 노력 해야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