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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의 시시각각] 박근혜 누른 안철수

이보규 2011. 9. 9. 07:18

[이철호의 시시각각] 박근혜 누른 안철수

중앙일보]2011.09.08 00:17 입력 / 2011.09.08 09: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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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논설위원


4박5일간 생중계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미니시리즈가 막을 내렸다. 안철수의, 안철수에 의한, 안철수를 위한 드라마였다. 각본을 쓰고 주연배우까지 도맡았다. 압권은 트위터에 오른 시청자 소감이다. “박원순은 지지율을 얻었고, 안철수는 세상을 얻었으며, 야당은 2부 리그로 내려앉았고, 한나라당은 시정잡배로 전락했다.” 압도적 시청률을 자랑한 미니시리즈의 승자는 단연 안 원장이다. 드디어 양자대결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를 눌렀다. 철옹성의 박근혜 대세론까지 허무는 가공할 파괴력이다.



지지율 50%의 안 원장은 20분간 담판을 통해 5%의 박 변호사에게 깨끗이 양보했다. 한마디로 쿨하다. 요즘 시대의 입맛에 딱 맞아떨어진다. 정치 9단인 김영삼·김대중도 못 해낸 작품이다. 정치쇼라고? 거품이라고? 그렇다면 다음의 반문 앞에 어떻게 반박할 것인가? “50% 넘는 지지율에도 불출마할 수 있는 정치인이면 안철수를 씹어라” “50% 박근혜가 5% 정몽준에게 대권 후보 양보할 수 있는가?”…. 상식을 뒤엎는 이런 통쾌한 반전에 시청자들이 열광하는 것이다.

 안 원장은 영리하다. 그가 서울시장이 되기는 쉬울지 모른다. 그러나 성공한 시장이 되긴 어렵다. 민주당이 장악한 시의회와 소모적 싸움을 벌이면 꼼짝없이 현실정치 프레임에 갇힌다. 그는 대신 자신을 비워 몸값을 최대한 올리고 유력 대선 후보라는 정치적 자산을 획득했다. 그는 드라마 대사를 치는 솜씨도 일품이다. “높은 지지율은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나를 통해 대리 표현된 것 같다.” “이렇게 허약한 정치권에 나라를 맡겼다는 게 솔직히 황당하다.” “서울대로 돌아가겠다. 인생을 살면서 작은 신의라도 지켜야 한다는 게 나의 원칙이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대사들이다.

 기존 정치권은 하루아침에 쪼잔한 처지로 몰렸다. 국회에서 그렇게 모질게 싸우고, 서로 상처를 냈지만 허업(虛業)이 돼 버렸다. 한 묶음으로 자기 이익만 좇는 기득권층으로 뭇매를 맞았다. 민주당은 열심히 좌(左)클릭하다 안 원장에게 중원을 빼앗겼다. 이제는 후보조차 내기 어려운 불임(不姙)정당 신세가 됐다. 난감한 쪽은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대항마 여부를 떠나 (안 원장은) 중도하차할 것”이란 친박 인사들의 기대가 안쓰럽다. 그들의 주장이 마치 옛 환관과 무수리의 넋두리처럼 들렸다면, 필자만의 환청일까.

 박 전 대표의 여론조사를 냉정하게 따져보면 과거의 부채의식에 기대는 느낌이다. 고향인 경북을 빼면 안 원장보다 지지율이 높은 충청과 경남은 각각 세종신도시와 동남권 신공항으로 신세를 진 곳이다. 그의 ‘아름다운 경선 승복’도 안 원장의 ‘통 큰 단일화’로 빛이 바랬다. 안 원장은 굳이 주인(박근혜) 있는 한나라당 대신 중간지대와 야당을 누빌 것이다. 그는 박 변호사의 손을 들어줘 진보진영에도 확실한 부채의식을 심어줬다. 누구보다 힘들게 일해도 전셋값 대기 어려운 ‘아픈 청춘’들이 안 원장의 미니시리즈에 열광했다. 게다가 평균수명이 늘어나 40대까지 스스로를 ‘청춘’이라 여기는 세상이다.

 안 원장 앞에는 검증 절차가 남았다. 정치적 진공 속에서 자란 깨끗한 이미지가 언제 치명적 약점으로 돌변할지 모른다. 사소한 흠이라도 드러나면 깨지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여야를 싸잡아 비난한 그의 신드롬은 대단했다. 그것이 바로 민심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정치도 소비되는 시대다. 정책대결하자고? 복지노선부터 정리하자고? 하지만 누가 제품설명서 다 읽고 사는가. 가격 대비 성능 좋고, 디자인 마음에 들면 누구나 지갑을 연다. 정치판에도 탈(脫)정치의 새로운 정치가 열렸다. 자신들의 꿈과 고통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순식간에 구(舊)시대 인물로 생매장당한다. 그들의 마음을 잡으려면 누구든 몸을 낮추고, 몸을 던져야 한다. 정치공학이나 기교로 재미 보던 시절은 지났다. 아마 여의도 서점가에 정치학 개론보다 심리학 개론서를 들여놓으면 장사가 될 듯싶다.

이철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