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식당에서 혼자 칼국수를 먹는 남자
청암 이보규
아내와 동네에서 유명한(?) 칼국수 집에 점심 먹으려고 갔다.
골목의 좁은 식당에 몇 개 안되는 좌석이 빈자리가 없고 입구에는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남편은 국수를 반죽하여 홍두깨로 밀고 아내는 칼로 국수를 손으로 썰고 가족 식당이다.
그 자리에서 삶아내는 국수는 고향 맛이 좋아 즐겨 찾는 단골 칼국수집이다
날씨가 싸늘해지자 부쩍 손님이 늘었다.
다음일정도 없고 조금 기다리면 자리가 나겠지 하고 일단 기다렸다.
10여 분을 서서 기다린 덕에 한 테이블이 비어 우리 차례가 되었다.
우리 앞에 젊은 30대 남자 혼자와서 종업원을 통해 합석을 제안했는데 까칠하게 안 된다고 한다.
줄은 계속 이어져 있고 그 사람은 결국 네 사람 앉을 수 있는 좌석에 혼자 앉아 국수를 먹있었다.
뻔뻔한 모습이 지켜보는 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솔직하게 말하면 대 놓고 욕을 해 주고 싶었다.
좁은 국토에 사는 우리끼리 네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식당에 혼자 앉아 먹어야 되겠냐고 해 주고 싶었다.
그렇지만 잠시 기다리면 또 자리가 나겠지 하고 기다렸다.
물론 낯선 사람과 같은 테이블에서 식사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래도 동네 국수집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상황이라면 식당 주인도 좋고 기다리는 사람들도 배려해야 할 것이다.
고작 칼국수 한 그릇 놓고 먹는 식사인데 합석해 주는 것이 도리일 것으로 생각했던 내가 착각이었다.
좀 더 기다려서 우리 차례가 되었다.
뒤에 돌아보니 내 뒤에 두 여인 기다려서 내가 먼저 우리와 같이 합석하자고 했다.
이번에는 또 그 사람들이 싫다고 한다. 앞 뒤에서 거절당하고 보니 영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웃에서 사는 동네에 국수집에서 아내와 씁쓸한 마음으로 국수를 먹는데 국수 맛이 별로 나지 않았다.
나는 어려서 동네 사람이 가족처럼 지나며 사는 시골 농촌에서 자랐다.
그런데 이와 같은 인심과 도시 풍경이 낯설고 서글퍼진다.
세상이 변하여 인심도 변하고 요즈음 별의별 일이 많이 생기는 세상이니 이웃도 경계하며 살아야 하는 세상이다.
변하고 바뀌어가는 인심인데 누구를 탓하겠는가?
추석이 다가오니 오손도손 한 마을에 모여 농사지으며 살던 그 사람들이 그리워 진다.
송편이랑 부칭개 나누어 먹던 정겹던 어른들 거의 저 세상으로 먼저 가셨다.
살아 있는 사람들도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오늘은 각박한 도시가 싫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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