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때문에 다투는 사람들
이보규 조정위원
법원에서 조정관련 우편물이 도착하면 궁금한 생각이 먼저 든다.
이번에는 누가 어떤 사연으로 재판을 벌리는 것일까?
법원에서는 항상 미리 사전에 사건을 파악하라고 관련 서류를 보내 준다.
하지만 나는 습관적으로 조정 당일이 되어야 개봉하는 습관이 생겼다.
사건을 미리 파악하기 위해 읽어 보아야 하지만 사건을 미리 알면 다른 일 하면서도
그 생각에 집중하면 시간을 허비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민사재판은 대부분이 보나 마나 돈 더 달라는 다툼이다.
지난 8여 년 동안 조정위원을 하면서 터득한 것이다.
불현듯 감자꽃 애국시인 권태응 님의 시가 생각난다.
“자주 꽃 핀건 자주 감자
파보나 마나 자주 감자
하얀 꽃 핀건 하얀 감자
파보나 마나 하얀 감자”
적절한 비유가 아니지만 조정에 회부된 민사재판 사건은
보나 마나 서로 뻔 한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진실은 하나인데 둘이 서로 다른 주장하기 때문에 조정이 필요한 것이다.
돈의 액수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어도 한결같이 돈을 더 달라는 소송이고
그렇게 못 주겠다는 사연이 담긴 항변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조정을 하면서 세상을 배운다. 조정을 하다 보면 사연도 많고 내용도 모두가 각가지이다.
기억나는 몇 가지 추억으로 남는 사례를 이야기 하려고 한다.
<조정위원이 5만원 부담>사건
간판설치 업자와 영세식당을 운영하는 양자 간에 벌리는 소액 재판인데
서로를 설득해서 합의를 도출하였다.
마지막 주고 받을 액수를 결정하는데 5만원 때문에
조정이 결렬지경이 이르러 쌍방이 본 재판을 받겠다고 일어나는 것이다.
100% 성사를 추구하는데 이번에는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제안을 했다 그 돈 5만원 내가 주겠다.
그리고 함께 참여한 L위원에게 3만원 내고 내가 2만원 내어 현찰 5만원을 만들었다.
서로 받지 않겠다는 돈을 실무관에게 나중에 전달하도록 조치하고
성사시킨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난다.
적은 금액의 민사소송이지만 자존심은 서로 대단했다.
<교회목사와 교회 관리집사의 소송>사건
어느 교회관리 집사가 담임 목사에게
연말 보너스를 달라고 소송을 제기 했다. 나는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현실이었다.
목사는 헌금이 들어오지 않아서 나도 보너스를 받지 못했다고 항변을 하고 있었다.
기가 막히고 기독교인으로서 부끄러운 순간이었다.
나는 목사님과 집사님을 서로 가까이 오게 하여 서로 손을 포개도록 권했다.
그리고 그 손위에 내가 손을 올려놓고 간절히 통성으로 기도를 드렸다.
“ 하나님 이두분의 다툼을 보고만 계십니까?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저에게 능력과 지혜를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내가 기도를 마치자 함께 조정하는
K 위원이 나를 밖으로 불러내더니 여기서 기도하면 안 된다고 항의(?)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웃으면서 목사와 집사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기도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 말라는 규정도 없으니 수단과 방법이 문제가 아니라 경과가 중요하다고 설득했다.
결국은 목사도 마음을 열었고 집사도 양보해서 이 소송은 우여곡절 끝에
내가 제안하는 내용을 두 사람이 받아드려 합의를 하게 되었다.
<병든 애완견 반환소송> 사건
젊은 처녀와 애완견을 판 사람이 마주 앉아 서로 주장이 달랐다.
병든 애완견을 팔아서 집에 있는 건강한 개도 전염되어
두 마리가 다 죽었으니 두 마리 값을 변상하라는 주장이었다.
그럴 수 도 있지만 개를 판 사람의 주장은 그 당시에는 건강한 개였다는 것이다.
집에 있던 개가 병들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양쪽 주장 중에 진실은 하나인데 난감했다.
조정업무는 진실을 밝히는 것보다 원만한 타협점을 도출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원고와 피고를 양쪽을 번갈아서 설득해서 사고 판
그 애완견 한 마리 값을 돌려주는 선에서 조정이 이루어 졌다.
< 건물주와 세입자 강의 소송> 사건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재건축하려고 세입자들을 내보내는 과정에
지난 1년간 반목이 깊어져 서로 손해를 배상하라고 주장하는 사건이었다.
장사를 못하였으니 권리금과 손해액 3천만 원을 내놓으라는 주장이다.
건물주는 가계를 비워주지 않아 공사를 진행하지 못해서
손해를 보았다고 서로 으르렁대고 있었다.
결국 건물주는 건물을 가림 막으로 막고 변소도 부숴버려
더 이상 장사를 못했다고 한다. 이미 서로 말을 할 때면 거의 고함 수준이었다.
젊은 부부와 건물주는 서로 감정이 악화되어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을 양쪽 변호사도 마찬가지 이었다.
먼저 양해를 얻어 변호사를 내어보내고 건물주를 공략했다.
돈 벌어서 무엇에 쓸려고 하느냐. 자식에게 유산 돈 천만 원 더 물려주면
자식들이 감사패 만들어 영정 앞에 놓아 주겠느냐.
아니면 죽고 나서 건물의 세입자들이 넉넉하고 여유 있게 대해 주시던 분이었다.
국화꽃 받쳐 들고 문상 오도록 할 것이냐 선택하라고 설득했더니
결국은 화해하고 가계를 비워주기로 합의를 이끌어 내어 조정을 성공했다.
보람은 이럴 때 느끼는 것이다.
<인테리어 공사 추가공사비 청구소송>사건
업소의 인테리어 공사를 하면서 추가공사를 요청하여
추가공사를 해주었는데 공사비를 주지 않는다고 소송을 제기하였다.
1심에서 승소하여 공탁금을 받아 갔는데
피고는 소송기일을 통보 받지 못 해서 패소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 조정에 회부되었다.
추가공사에 대한 계약서에 날인도 없고 공사의 실체도 없다고
서로 감정이 격해 있었다. 변호사를 선임하여 승소해도 변호사 등
소송비용을 제외하면 실익이 없는 사건이었다.
결국은 돈보다 인간적으로 의리를 호소하여 조정에 합의를 이끌었다.
서로 상대를 비난하는 것을 조정을 마치고 헤어지면서 악수하도록 권고 하였다.
<조정의원이 명심해야 할 일>
조정위원으로서 100% 조정을 하려면 나름대로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먼저 원고와 피고의 주장을 충분히 듣고 그 주장을 긍정해 주고
각각 나는 당신을 도와주려는 입장이라는 것을 인식시키는 것이다.
다음은 다음 정식재판에 회부되면 오히려 불리할 수도 있고
그때의 손실내용을 확실하게 손해 내용을 설명해 준다.
그리고 이성보다 감성을 자극하여 다른 사람에게
이 사건을 설명할 때 자신이 객관적으로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는가를 이야기 해준다.
특히 조정위원이 도움이 안 되는 것은
원고보다 말을 많이 하는 것과 합의를 강요하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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