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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인가

이보규 2017. 3. 1. 20:24

이 세상에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인가

                                                                                                 청암 이 보 규

 

 

서울송파구에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대형의료기관인 아산병원이 있다.

나는 오래전에 여기서 인공고관절 수술 후 일 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으려간다.

뿐만 아니라 전립선 치료약을 처방 받는 등 비교적 자주 찾아가는 병원이다.

언제나 넓은 주차장에는 많은 자동차로 붐벼 주차할 곳이 없을 정도라서

어렵사리 빈곳을 찾아 주차하고 병원 건물로 들어가곤 하는데 개인적으로 정이든 곳이기도 하다.

 

이 병원은 처음 1980년대 말 서울중앙병원으로 개원했는데

그 후에 설립자인 현대그룹의 정 주영 회장의 호를 따서 서울아산병원으로 개명하고

증설을 거듭하여 서관 동관 신관으로 구분해서 건물이 늘어나고 놀라울 정도로 발전을 거듭해서

지금은 우리나라의 대표병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나는 처음 환자들을 받기 시작하던 개원기념식에

당시 송파구청 총무과장으로서 구청장을 수행해서 참석했었다.

 

당시 설립자 정주영 회장은 그전에 우연히 서울시청에서 만나 뵌 적이 있었으니

처음은 아니었지만 유명한 거인을 먼발치에서나마 만나게 되여 반갑기 그지없었는데

그분은 인사말을 통해 “앞으로 의료시설 발전에 이바지 하겠다”는 선언을 하는 주인공으로

당당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하거니와 그 때 정 회장은 최첨단 병원의 주인공이니

무척 장수 하실 것이라 느껴져 부러웠던 그 추억이 새롭다.

 

최근에 신축한 병원신관 1층에는 ‘아산 정주영 기념관’이 만들어져 있다.

처음 병원을 만들고 초대 이사장이신 그 어른도 세월에 밀려 이미 이 세상을 떠나가셨지만

후대들이 병원 한 모퉁이에 기념관을 만들어 그분의 발자취를 엿볼 수 있어

그 기념관에서 발길을 멈추었는데 정 회장의 동영상으로 파란만장하고도 화려한

인생의 족적을 잘 남겨 놓아 그분을 회상흠모하고 기릴 수 있어 여간 좋았다.

 

정주영 회장은 우리나라 경제인중 거목의 상징으로 정말 대단하고 훌륭한 분이었다.

기념관에는 여러 가지 유품들이 있는데 그 중에 제일 먼저 나의 눈길을 멈추게 한 것은

그가 쌀 배달하던 시절 타던 자전거를 실물로 전시한 것이었다.

자동차를 만들고 큰 선박도 만들고 수없는 건설현장을 누비며 살아온 분인데

자전거 메달을 밟으면서 큰 꿈을 꾸었으리란 생각이 내 뇌리를 스쳤다.

 

고등학교 시절 나도 도매 약국에서 약 배달하면서 타던 자전거가

한동안 버리지 못하고 두었는데 지금은 온대간데 없이 사라 졌지만

정주영 회장이 타던 자전거는 실물 그대로 전시하여 놓았으니

유품이란 누가 사용했느냐에 따라 이렇게도 다른 가치를 지닌 가 싶다.

 

성공한 사람의 어두운 과거는 뒤돌아보아도 빛이 나지만

실패한 사람은 빛나던 시절도 어둡게 보인다는 말이 생각난다.

‘아산 정주영 기념관’에는 코너별로 가족사진. 젊은 시절에 사진, 정치인 시절

대통령 입후보시절, 산업현장의 활약상, 이모습저모습이 생생하게

그 당시의 기억을 떠올려주고 있었다.

어느 누가 이분의 한국경제 발전에 이바지한 커다란 애국적인 공로를 부인하겠는가?

나는 용인대학교와 호서대학교 창업대학원에서 강의 할 때마다

기업가정신으로는 아산 정주영 회장의 눈부신 행적을 빼 놓을 수가 없었다.

 

시대상황이 그 시대의 인물이나 영웅을 탄생하게 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지내지만 동시대를 살다가 먼저 가신 훌륭한 인물의 기념관에 우둑하니 서서

나도 이 세상을 떠날 날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음을 뼈저리게 느끼면서

나는 대관절 무엇을 이 세상에 남기고 어떻게 떠나갈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학자들은 자기전문 분야의 책을 써서 교과서로 사용하기도 하고

성공한 사람들은 자기계발을 위해 노력한 족적으로 자서전적인 저서를 세상에 남기는가하면.

그림을 전공하는 화가는 그림 작품을 남기고 사진작가는 사진작품을 남긴다.

또 문인들은 시로 수필로 소설로 평소에 자기생각을 문학작품으로 남기고 이승을 떠나간다.

 

내 가 잘 아는 옛 서울시청 동료 K씨는 연전에 저서를 출간했는데

아예 책 제목이 ‘한 번뿐인 인생 무엇을 남기고 가야하나’이다.

책속에는 칼라로 인쇄한 글과 사진이 가득하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대학원 박사가 되기까지 모든 성적표와 사진, 그

리고 공무원 시절의 신분증과 발령장, 월급봉투, 소장하고 있는 수석의 석보,

그때그때마다 연보를 기록을 해서 책으로 남겼으니

그 기록 정신과 의지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우리 집안에는 유품전시관은 없지만 어머니의 유품으로 시집오실 때

가져온 장롱을 우리 집 거실 윗자리에 놔두고 어머님 생각이 날 때마다

어루만지는데 우리가정에 가보라 생각해서 후대들에게 내가 죽은 후에

다른 것은 네들 맘대로 없애더라도 이 장롱만은 영원토록 보존하라는

훈령을 엄히 내러두고 조석으로 바라보고 지낸다.

 

나는 그래도 몇 권의 저서를 남기고 강의한 현장에서 녹음한 CD가

교보문고 등 시중 유명 책방에서 팔리고 있으니

나중에 손자가 할아버지의 족적을 돌아 볼 수 있어 다행이다.

공무원 36년의 기록과 두 번의 훈장증서를 남기고자 한다.

또한 내가 가보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결혼식 사진과 더불어

매년 결혼기념일이 찍은 48장의 사진첩이 있으니 자손이 버리지만 않는 다면

그것은 남아 있겠지 생각하고 위안을 받는다. 이것 역시 부질없는 생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