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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를 찾아라 (새마을신문 80.2.16)

이보규 2007. 8. 21. 22:57

 

                        두루미를 찾아라. 

 

                                                                            서울특별시 새마을지도계장  이보규 

 

두루미에 대하여 나는 별로 아는 것이 없었다.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보아도 두루미는 이솝이야기 중에서 「여우와 두루미」속에 나오는

하나의 주인공으로서 어느 날 여우에게 초대되어 넓은 접시 안에다가 담아져 대접받은 스프를

길고 딱딱한 부리 때문에 먹을 수 없었던 철새라는 것이 알고 있는 지식의 전부였다.

 

그런데 지금 두루미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은 지난주에 한국야생동물보호 회원들끼리

두루미 관찰과 먹이를 주기위한 행사를 갖으면서 서울시의 자연보호운동을 담당한 인연으로

초청을 받게 되었고 이들과 함께 버스로 江原도 철원으로 두루미를 찾아나선데 비롯된다.

 

여기서 나는 전문가들로부터 내가 지금껏 두루미 실물을 본적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 할 수 있었고

특히, 두루미는 키가 1m 가 넘고 한번 태어나면 2백년을 살다가 죽는다는 설명으로

우리 인간보다도 생명력이 길다는 사실에 호기심을 갖게 했다.

 

지금 살아있는 두루미는 어쩌면 내가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신 우리 할아버지를 보았을지도 모르며

내가 죽고 난 후에도 나의 후손들을 지켜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치자

가느다란 흥분까지 밀려왔다.

 

더구나 두루미가 옛날에는 무척 많았으나 차츰 줄어

이제는 고작 창경원에서 우리가 보호하고 있는 것을 합쳐도 이 지구상에는 고작 4백여 마리뿐이며

순수한 야생으로 시베리아를 오가는 것은 1백 20여 마리에 불과할 뿐 아니라

그들마저도 농약 등의 공해로 해마다 그 수가 줄어 멸종위기에 있다는 설명은 더욱 안타깝게 했다.

 

우리 일행이 탄 버스가 두루미 서식처인 목적지에 다가감에 따라

나는 그곳에 꼭 그들이 기다려 주기를 마음속으로 빌었다.

서울을 출발하여 2시간 남짓 달리던 버스가 현지에서 군수의 안내로

굽이굽이 산길을 돌아 목적지에 다다랐다.

다시 도보로 관찰 장비를 들고 두루미를 차아 들판 한가운데 사면을 볼 수 있는

높다란 언덕에 올라 자리를 잡았다.

 

여러 가지 모양의 망원경과 카메라에 다리를 세우고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얼마 안돼 다행히 우리 일행 중에서 두루미들이 멀리 무리를 지어있는 것을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조용한 가운데 탄성이 터지고 모든 시선들이 그곳으로 모이고 카메라의 셔터소리는

바람이 몰아치는 추위도 잊게 했다.

 

다리를 받쳐놓은 몇 개의 고성능 망원경 주위에 회원들은 앞을 다투어 한 줄로 늘어섰고

동행한 외국인들까지 합세하여 열기를 더했다.

나도 차례를 기다려 호기심에 찬 눈으로 흰 물체에 검은 꼬리, 선비처럼

도도한 자태의 두루미에게 끌려들어갔다.

어떤 이는 42마리라 했고, 다른 이는 50마리가 넘는다고도 했다.

 

회원들이 근접하여 촬영을 시도하다가 두루미에게 들켜 날아가 버리자

아쉬운 마음으로 관찰을 끝내고 두루미가 놀다간 자리에 휴대했던 옥수수, 콩 등 먹이를

정성껏 뿌려주고 그곳을 떠났다.

 

해마다 줄어드는 두루미를 위하여 어떤 대책을 세워야겠다고 다짐하면서 아쉬운 마음으로.

우리들의 보호의 손길을 기다리는 것이 어찌 두루미뿐이랴.

 

한강변에서도 최근 별로 볼 수 없었던 청둥오리떼가 금년 겨울철에는 수없이 날아들어

지나는 시민들의 눈길을 끌며 한절 흐뭇하게 해주는 예도 보아왔다.

이들을 환영하며 추위를 잊고 먹이를 모아주는 자연보호 회원들의 한결같은 바램은

오래 머물도록 하고 또 내년에도 더욱 많이 그들이 오게 하기 위함이 아니겠는가.

 

우리 수도서울은 인구증가에 따른 도시발전이 상대적으로 생활권에서 자연녹지를
자꾸만 근교 산으로만 밀어내고 있다.

그러나 그 소중한 산과 유원지, 그리고 강이 시민의 발길에 의하여 파괴되고

휴지나 오물에 의해 오손되는 사례들은 우리 모두의 마음을 어둡게 한다.

 

그동안 우리는 자연보호운동의 일환으로 그곳에 시민이 편히 쉴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옹달샘을 파고 길을 다듬고 휴지통을 만들고 안내 시설들을 갖추는 등 온갖 정성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어떤 시설물의 정비보다도 깨끗한 자연 상태를 계속 유지해 나아가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휴지 한 장을 줍는 정성도 필요하나 버리지 않는 습성이 시민 의식과 윤리의 바탕이 되었을 때

자연보호 운동은 한 차원 높은 결실을 맺을 것은 자명하다.

 

푸른 하늘ㆍ맑은 강물ㆍ깨끗한 환경ㆍ질서 있는 생활을 추구하는 것이

곧 자연보호운동의 시작이요 끝이 되리라 믿는다.

                                 

                                          (서울시 새마을지도과 새마을지도계장때 새마을신문에 게제된 글)

                                                                                                자연보호운동이 소관업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