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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일본시찰기④-직업에 귀천이 없는 대만 (81.02.07)

이보규 2007. 9. 6. 09:49

대만 일본을 다녀와서 (視察記)- (81.02.07)

 

                직업에 귀천(貴賤)이 없는 대만

 

                                                                서울시 새마을지도계장 이보규

 

대북에 도착하자마자 이곳에 있는 한국(韓國)대사관 직원이 친절을 베풀어

대만에 머무는 동안 주의해야 할 일 중 제일먼저 알려준 것이

식당이나 다방을 출입할 때 한국에서처럼 여자 종업원에게 마구 농담을 하거나

짓궂은 장난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유인 즉 이곳에서는 직업의 귀천이 없고 누가 어떤 일에 종사하든

모두가 동등한 대우를 받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조금이라도 천시하는 눈치를 보이게 되면 오히려 봉변을 당하기 쉽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이 말이 귀에 거슬려 스스로 반문해 보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직업의 귀천이 있고 다방이나 식당종업원에게

아무렇게나 마구 대해도 괜찮다는 뜻이 되는 것이 아닌가?


물로 그런 뜻으로 말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일부 시민들이 갖고 있는 비뚤어진 가치관이나 평소 행동 속에

비합리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다면 한번쯤 냉정히 반성해 보고

오늘을 살아가는 것이 어떨까?


이제 우리나라는 명실 공히 세계속의 한국(韓國)으로 줄기차게 뻗어 나아가

모든 분야에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시점에 서 있기에

우리는 그동안 도시 새마을 운동의 일환으로 꾸준히 추진해 온 정신계발은

건전한 시민의 윤리관을 확립하고 이를 실천 생활화하려면

오직 자기 혁신이 주요 과제라 하겠다.


우리 일행은 이를 선도하는 새마을 지도자이기에 모든 면에서 모범을 보이자고

몇 번씩 다짐 하고 떠나온 터라 적은 일이라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식사를 할 때의 일이었다.

식당 여자 종업원이 들어와 시중을 드는 태도가 불친절이 지나쳐

도리어 우리들이 민망할 정도였다.


물론 우리는 떠나올 때 각오와 이곳의 주의사항도 있어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농담한번 건네지 않고 주의를 기울였다.


소위 일류 식당 종업원의 표정이 성난 듯 굳어 있고 엽차를 따르는 손에 정성이 없어

컵에 물이 넘치도록 따르는가 하면 식탁에 마구 흘리며 따르는 불손한 태도며

식탁에 음식물을 나르는 태도도 역시 들고 와서 팽개치듯 내려놓고

나가는 모습 등이 불친절하기 그지 없었다.


더욱이 피차 언어가 통할 수 없는데서 오는 장벽도 있겠으나

이들의 상냥한 미소가 있다면

친절한 언어 이상의 호감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할 때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그러나 나는 좀더 부드러운 식사분위기를 만들어보려는 속셈으로

불친절한 여종업원에게 미소를 보내며 몇 마디 밖에 모르는 중국어로

“피야올랴”(예쁘다)를 몇 번 거듭했다.


그제야 잠시 얼굴을 펴고 “쎄쎄(감사하다)할뿐 돌아서는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나는 식당에 식사하러 왔으면 음식 맛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여자 종업원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는가 생각하니

이것을 아내가 안다면 외국에서도 여자에 대한 관심은 마찬가지라고

또 한마디 핀잔을 들을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대북의 중심가에도 어둠이 덮이자 가로등이 켜지고 밤거리의 찬란한 네온사인과

상가의 밝은 조명이 숙소에 있는 나를 기어코 거리로 불러내고야 만다.


서울의 거리엔 에너지 절약과 절전의 일환으로 지나치게

밝은 조명을 규제하던 터라

더욱 이색적으로 보였는지도 모른다.


보도를 거닐며 일부보도가 건물의 일층을 보도로 이용하고 있어 도시 기능면에서는

적지 않게 기여하겠으나 건물 속을 거니는 것이 상쾌하지는 못했다.


함께 나온 지도자의 제안으로 쇼핑을 하기이해 한국 교포들끼리 합자하여

뒷골목에 자리 잡고 백화점이라고 이름하여 경영하고 있는 상점을 찾아갔다.


예상했던 대로 한국인(韓國人)의 기호품을 주로 팔고 있었는데

그들의 주장은 한결같이 자기들 물건이 제일 값이 싸고 다른 곳에 가면

무척 비싸서 바가지를 쓰게 되니 필요한 물건은 꼭 여기서 사야한다고 권한다.


이곳 대만에 오기 전에 가히 다녀간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물건을 살 때는 부르는 값에서 무조건 깎아내려도

결국에는 바가지를 쓴다는 말이 생각났기에

그곳에서 나와 또 다른 한국인(韓國人)이 경영하는 상점으로 찾아갔다.


여기에서도 마찬가지로 다른 상점의 물건은 비싸고 만약 값이 싼 물건은

가짜일 수밖에 없다는 그럴듯한 거짓말에 그만 발길을 돌리고 말았다.


믿을 수 없는 말들을 하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상행위라고는 하나 자기 물건만을 팔기 위해 같은 동포인 이웃을 비방하고

또 서로를 모략하여 결국 상호 불신하는 풍토를 고국 동포에게까지

보여야 하는 이곳 현실이 몹시 서글펐다.


우리는 세계 어디에서나 상거래 질서가 확립되어 서로 믿고 물건은 사고 팔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기란 진정 어려운 문제인가?


적어도 서로 속이고 속는 악순환은 세계속의 한국(韓國)으로 발돋움을 하는

자랑스러운 우리 민족의 긍지와 자부심을 손상시키는 커다란 아픔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태어나서 어디에서 살던지 생명이 다할때까지 어떻게 사는 것이

최상의 가치를 가지는 가에 대해서 한마디로 정의 할 수 없는 일이나

최소한 자기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거나

남을 속이거나 해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나라의 명예를 더럽히거나 국민의 총화를 해치고 국익에 반하는 행동을 한다면

그자체가 부끄러운 삶이 된다는 사시를 일깨워가야 할 것이다.


나는 발길을 돌려 이곳의 명물 이라는 야시장(夜市場)을 찾아갔다.


야간통행 금지가 없는 도시 일지라도 대부분의 상가는 밤이 깊어지면 철시하지만

야시장만은 낮에는 쉬고 밤에만 열려 밤을 좋아하는 사람을 불러내고 있었다.


우리의 발길이 머문 곳은 시골 장날의 음식점 골목처럼

허술한 가설 건물 안 넓은 홀에는 보잘 것 없는 식탁 몇 개에 아무렇게나 생긴

간이의자를 둘러놓고 주로 낙지ㆍ계등ㆍ해산물을 비롯하여

식용 개구리ㆍ자라ㆍ닭고기ㆍ오리고기 등

즉석요리를 만들어 팔고 있는 간이 음식점이었다.


밤 11시가 넘었는데도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남녀로 가득 차 먹어대는 일을

계속 하고 있었다.


우리도 처음 대하는 커다란 식용개구리와 자라튀김의 즉석요리를 시켜

구석진 자리에 앉아 대만산 과실주(果實酒)의 맛을 즐길 수 있었다.


하루 종일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의 절반은 먹는 일에 보낸다는

이곳 주민들 틈에 앉아 그들의 여유 있는 생활을 가까이 보며.


낮에 큰 로터리에서 버스와 택시가 서로 부딪쳐 접속사고가 발생했을 때

두 운전기사가 의의로 차에 내려 서로 웃고 있는 모습에서

서로 싸울 줄 알고 호기심으로 바라보던 나를 놀라게 했다.


책임을 서로 미루지 않는 것 같았고 길 건너 교통경찰관은 이를 못 본척 했고

교통이 막혀 20분 이상 기다리는데도 만원버스에 탄 시민이나 택시를 타고 있는

신사들 역시 묵묵히 기다릴 뿐 결코 짜증을 내거나 초조하게 크랙션 눌러대지 않았다.


또한 그들은 한밤중에도 시계를 보지 않는 듯 했다.

                                       

                                             [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