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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일본시찰기-⑪-노인이 톨게이트 매표원(81.03.28)

이보규 2007. 9. 6. 14:28
 

대만 일본을 다녀와서 (視察記)-⑪ (81.03.28)

 

 

            노인이 톨게이트 매표원

 

                                       서울시 새마을지도계장 이보규


80년 11월 24일 월요일


일본(日本) 동경(東京)에서의 첫날 아침을 맞았다.

가던 날이 장날이라고 일요일인데도 근로감사의 날이라 해서

연휴가 계속 돼 월요일까지 공식일정은 아무 일도 정할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첫날은 일일관광계획을 세워 당일 내왕 코스인 하꼬네(箱根)로

떠나기 위해 아침 일찍 서둘러야 했다.


우리일행은 수학여향을 떠나는 중학생처럼 미리 대기시킨 소형버스에 올라

안내를 맡은 주일 한 대사관의 李모씨로부터 관광 여행 중 지켜야 할

제반사항을 듣고 가벼운 마음으로 숙소를 떠났다.


箱根을 향해서 동경(東京)의 시가지를 벗어나 고속도로로 접어들자

톨게이트의 매표원이 늙은 노인인데 놀랐다.


그 정도의 노인이라면 우리나라의 경우 노인정이나 뒷골목 복덕방에 앉아있는 일이

고작인데 공공 임무를 맡아 일하고 있는 것을 보니 크게 감명을 받았다.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주변의 울창한 나무숲과 도로의 표지판 등 도로부속시설이

잘 되어 있어 돋보였다.


야간의 안전운행을 위해 맞은편에서 달려온 차량의 불빛을 막기 위한

차광시설도 눈길을 끌었고 주택가나 아파트집단지역의 자동차의 소음을 줄이기 위한

높은 방음벽이 길게 설치되어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시설의 기준은

어디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인가 알 것 같았다.


동경(東京)에서 箱根까지 1백 30㎞.

우리는 목적지를 향해 달리면서 주변의 농촌풍경과 도로변의 절개지 단장모습 등을 통해

이들의 국토보존 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얼마 후 휴게소에 차를 멈추고 잠시 쉬어가기로 하였다.

휴게실의 매점에는 여러 가지 식품이 가득 쌓여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선채로

또는 앉아서 각종 인스턴트식품을 먹어대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살펴보아도 배고파서 먹는 것 같지는 않았다.

휴게소 내에 설치된 대형 쓰레기통에는 식품포장지등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잠시 후 다시 버스에 올라 하꼬네(箱根) 사적지의 하나인 箱根檢問所(검문소)에 도착했다.


이곳은 16세기초 강호(江戶)시대에 동경(東京)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검문하던 곳이라며 그 당시의 목조건물과 그 내부의 검문하는 사무라이 복장을

한 근무자의 모형을 실물 크기로 만들어 놓았고

여자 검사원의 싸늘한 눈초리로 다른 여인의 머리 속을 빗질하여 조사하는 모습 앞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여서서 관람하고 있었다.


이것은 지나간 일본(日本)역사의 하나의 사실을 오늘날 재현시켜 놓은 것에 불과했지만

우리는 1인당 1백50엔(한화 약 4백5십 원)씩 하는 입장료를 내고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그 밖에 19세기의 유물 몇 가지가 진열 전시되어 있었으나

구경거리를 만들기 위해 조작해 놓은 것 같이 보였다.

 

구경을 마치고 나오는 도중 입구에 있는 옹달샘을 보니 바닥에 동전이 수없이 잠겨 있었다.

후에 안 사실인데 일본(日本)사람들이 우물에 동전을 던지면 액운을 막는다는

미신을 믿고 있기 때문이란다.


다음은 箱根의 유황이 솟아오르는 곳을 직접 보기 위해 차에서 내려

한 줄로 서서 산을 올라갔다.


산 중턱에 이르자 땅속에서 솟아오르는 지열 때문에 물이 끓어올라

안개처럼 또는 하얀 연기처럼 수증기가 계곡에 덮여 특유의 유황냄새가

골짜기로 퍼져 나무마저 자랄 수 없는 신기한 곳을 구경했다


끓어오르는 물에 조심스럽게 손을 담가 보려 했으나 헛일이었다.

여기서도 약삭빠른 상혼(商魂)이 작용하여 땅에서 솟아오르는 지열을 이용하여

계란을 삶아 봉투에 넣어 비싸게 팔고 있었다.


그밖에도 관광지로서의 구색을 맞추기 위해 케이블카를 비롯하여,

회전 전망대등이 있어 관광객이 줄을 이어 이 곳의 넓은 주차장은

관광버스와 승용차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차에서 내려 산속의 순환도로변의 숲속을 살폈다.

얼핏 보아서는 깨끗해 보였으나 흩어져 방치되어 있었다.

관광지에서의 오물 폐기문제는 선진국도 별수 없는 것 같았다.

이를 청소하는 사람도 눈에 뜨이질 않았다.


주차장 근처에 있는 공중변소에 들어서니 밖에까지 악취가 풍겼다.

                                                   

                                             [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