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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의 영광(榮光)과 아픔 (82.02.11)

이보규 2007. 9. 10. 09:30
 

                  공직자의 영광(榮光)과 아픔

                                             (1982. 02. 11)

                                                             서울특별시시청 시민과

                                                                 민윈1계장 이 보 규

                                                          


 

나는 해가 바뀔 때마다 꼬박 한살씩 더 보태야 하는 나이를 헤아려 보고나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는 몇 해인가를 확인해보는 버릇이 있는데 금년에도 예외 일 수 는 없었다.


군에서 제대하자마자 공무원으로 출발한지 만 15년.


처음에 어떤 구체적인 계획이 있어 공무원이 된 것도 아니었는데

어느덧 15년간을 봉직했으니 내 반평생에 있어

그 세월이 지니는 의미는 자못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공무원의 신분으로만 살아온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그것이 잘한 일인지 또는 잘못한 일인지 그 어느 쪽도 객관적인 판단에 의한

확신을 가질 수 없지만 후회하는 것보다는 그래도 보람되고 잘한 일로 느껴지는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라고 하겠다.


이는 서울특별시의 공무원이라는 자부심 때문에 더욱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처음 서울시의 공무원으로서 출발했던 15년 전 당시만 해도

인구3백80만 명에 불과하던 도시가 이제는 8백60만에 이르는

세계속의 국제도시로 성장 발전하여

세계 올림픽 경기 개최지로 선정되기 까지 이르렀으니

여기에서 줄곧 일해 온 공무원의 한사람으로 자부심을 갖는 것이

결코 무리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우리 서울시공무원은 한울타리의 안에서 사는 집단구성원의 하나이기에

자신을 집단원의 하나로서 파악해야한다는 사실을 긍정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 아닐까?


그러기에 우리에겐 해야 할 일이 너무 많고 엄청나기 때문에 성취하고 나서 가지는 보람도

거기에 비례해서 크고 값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몇 가지 예를 들면 먼저 88서울올림픽에 대비해서 각종 올림픽경기장에서부터

외국선수들의 숙박시설에 이르기까지 외형적인 대규모 건설사업은 물론 도시환경 면에 있어서도

서울을 보다 푸르고 아름답고 품위 있는 도시로 다듬어나가야 하며

시민들의 의식면에 있어서도 예절바르고 질서를 잘 지키는 문화시민상을 확립하여

찾아오는 외국인들을 떳떳하게 가슴을 펴고 맞이할 수 있도록

우리가 먼저 지키고 계몽해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도시중추기능의 활성화를 위한 지하철공사의 계속, 기간도로건설 및 확장,

한강교량건설, 주택건설, 크고 작은 공익건설 등 우리가 힘을 모아 감당해야 할 과제요 사명이 아닌가?

뿐만 아니라 우리의 젖줄인 한강수질보호를 비롯한 각종 공해방지대책,

푸른 서울 가꾸기, 가로환경정비, 휴지쓰레기 안 버리기 등.


이는 우리가 지금까지 추진하여온 기본업무요,

앞으로도 계속 확대발전 시켜 나아갈 업무의 일부라고 하겠다.


이와 같이 산적한 일들을 선도적으로 대처해나가기 위해서는

우리가 각자 맡은 분야에서 밤과 낮이 없이 지혜와 슬기를 모아 정영을 쏟아내지 않으면

현상유지도 어렵고 더구나 발전이란 기대할 수 없기에

지금 이 순간에 쏟아내는 땀과 노력이 더욱더 값진 것이리라.


지금 우리가 맡아서 해내는 일 모두가 어떤 개인이나 특정집단원의 이익추구가 아니라

8백60만시민의 복지증진에 이바지할 뿐 아니라 나아가 국가발전의 원동력이기에

누가 보거나 말거나 누가 알아주거나 말거나 묵묵히 임무에 충실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서울시 공무원들이 맡고 있는 업무처럼 복잡하고 다양한 업무도 흔치 않을 것이며

특히 나날이 더욱더 수준 높은 대민봉사가 요구되고 있는 기관도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일선동사무소에서부터 구청, 사업소, 본청 어디에서 근무하더라도

함께 지니는 긍지와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는 반면

그만큼의 아픔과 괴로움이 항상 수반하고 있다는 점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아픔은 근무환경이나 업무량의 폭주 또는 박봉에 시달리는 생활의 어려움보다도

공무원이 간혹 복잡한 업무를 취급하는 과정에서 한 두 사람의 비위가 들추어져

매스컴에 보도될 때 함께 일해 온 동료직원이라는 사실 때문에

우리는 지금까지 어려움을 참아내며 사명감을 가지고 묵묵히 봉사해온 공든 탑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아픔을 맛보아야 하는 현실이 또한 슬프다.


서울시라는 거대한 조직에서 공무원 한사람은 몇 만분지일일 뿐이다.


또한 아무리 영양이 좋고 무성한 나무라도 한두 가지의 죽은 가지가 있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에서 보아준다면 우리 모두의 사기는 더욱 높아지지 않을까?


다시 부연한다면 어떤 일을 꼭 결과에만 치중하지 말고 그 일의 원인이나 동기

또는 추진과정에 대해서도 동시에 바라보는 풍토가 더욱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혼자만의 생각일까?


우리는 어차피 영광도 아픔도 함께해야할 같은 배를 타고 항해하고 있는 것을

다시 한번 인식하고 본의 아니게 타의에 의해서 유독 혼자만 따로 외롭게 일탈하는 일이 없도록

서로 손을 맞잡고 마을을 가다듬어 힘을 합해 나아가는 것이 현명할 것인데.


그리하여 우리의 이웃들이나 자녀들에게 지금부터 영원토록 존경받을 수 있는 길을

찾아낸다면 더 바랄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1982 서울시보에 게제된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