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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 신부를 행복하게

이보규 2007. 12. 14. 22:46

         

                    신랑 신부를 행복하게

                                                                   청암  이 보 규


나는 그동안 수많은 결혼식 주례를 맡아서 해보았다.


이번 주에도 토요일과 일요일에 시청의 동료와 학교 후배의 아들을 한 차례씩 두 번의 주례를 해주기로 약속했다.

최근에도 지난 일요일 고향후배 까지 세 차례의 주례를 하는 셈이다.


사람들의 일생에서 배우자를 정하고 결혼식 절차를 거치는 일은

가장 중요한 선택과 결단의 순간이기에 대사라고 말하는 것도 과언이 아니다.


가문이 다른 곳에서 태어난 이성을 만나서 서로 사랑하고 절차를 거쳐

혼례식을 치르는 일은 어쩌면 일생 절반의 성공이냐 실패이냐를 저울질할 수 있는

중대한 행사이다.


주례는 그 절차 중에 가장 중요한 요식행위의 마지막 대미를 장식하는

행사를 주관하기 때문에 신랑이나 신부나 양부모로서

주위에서 가능한 범위에서 덕망을 갖춘 인사를 신중하게 정하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많은 하객 앞에서 신랑 신부를 자연스럽게 돋보이게 하고 품위 있는 어휘를 구사하여

결혼식의 품격을 높여야 하고 은연중에 가문의 실체가 드러나기 때문에

주례의 역할이 단순한 통과의례의 집행자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다.


천박하지 않은 표정으로 주례석에 오르고 양복도 품위가 있어야 하고

주례석에서 일거수일투족은 격식에 맞아야 한다.


신랑 신부가 차례로 입장하면 먼저 상견례를 집행하고 혼인서약을 받고

성혼선언문을 낭독하기까지는 대부분 정해진 격식에 따라 일사천리로 진행하고 나면

주례사의 순서이다.


여기에서 주례사의 목소리 톤, 말의 속도 그리고 그 말의 내용에 따라서

결혼식 전체분위기가 좌우된다.


결혼식의 사회에게도 재미있게 하려고 의도해도

지나치게 신랑 신부에게 격에 맞지 않는 것을 요구하지 않도록 미리 당부한다.


주례를 할 때마다 나는 먼저 간절히 기도한다.


“오늘 두 신랑 신부가 서로 사랑하여 백년해로하게 하시고

반드시 건강한 자녀가 태어나게 하시고 가정이 행복하여

경제적으로 윤택하게 살아가게 하시고 사회에 꼭 필요한 인제가 되게 하시옵소서.”


그리고 주례사는 이 기도를 구현할 수 있도록 그때마다 재미있고

신랑 신부 양가부모 하객이 모두 결혼식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못하도록

흥미 있게 이야기하면서도 일생에 좌우명이 될 수 있는 말을 골라서 간단하게 마무리한다.


나는 반드시 녹음하면 주례사를 일년에 한 번씩은 꼭 다시 들어보라고 권장한다.

결혼식장에서 주례사를 통하여 양가의 부모의 사회적 이력서를 낭독(?)하거나

신랑의 학력이나 직장자랑이나 지나간 일 들추어 참석한 내빈의 빈축을 사는 일은

될 수 있는 대로 삼가 한다.

꼭 필요한 말의 요점이 있으면 스쳐 말 하지만

그 일에 주례사 시간을 오래 할애하지는 않는다.


일생 좌우명으로 삼아야할 일을 지루하지 않도록 말한다.

늘 처음처럼 매력을 잃지 말고 서로 사랑은 상대를 향해 희생하는 것이고

부부가 하나 되려면 서로 시각과 관심을 상대가 말할 때 바라보고 그곳에 머물러 주고

남편과 아내가 되는 길, 어버이가 되는 일,

자식으로서 양가 부모에게 해야 할 덕목을 말한다.


요는 잔치 분위기로 즐겁게 웃으며 말하지만 격이 낮아지지 않도록

몸가짐을 잘하고 어휘구성을 부드럽고 친절하게 함으로써

신랑신부의 장점을 부각시켜 자부심을 가지게 하고

또한 양가부모가 주례사를 듣고 흡족하게 하고 모든 하객이 잔치 날 분위기가 되도록 한다.


모든 것이 말처럼 뜻대로 되지는 않아도 이와 같은 계획을 세워서 집행해야만

끝나고 난후에 되돌아보아 아쉬움이 덜하게 할 수 있다.

결혼식의 요체는 신랑 신부가 행복하도록 축복해 주는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주례 경험을 거울로 삼아 신랑 신부가 더욱 행복해 지는 주례가 되도록

더욱 노력해서 주례석에 꽃을 달고 올라서야 하겠다. 끝


                                   (2007.12.14 내일 결혼식 주례사를 다듬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