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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골프에 빠진 이야기

이보규 2008. 9. 19. 21:57

           

                             내가 골프에 빠진 사연

                                                                  청암 이 보 규

 

지인들과  천안 버드우드 CC에서 (맨 왼쪽이 필자)

 

 

내가 골프를 시작한 것은 내가 지금 생각해도 분수에 맞지 않는 일이었다.

골프이야기는 골프를 하지 않는 사람 앞에서 하는 것은 실례인 줄 알지만

이제 내 인생을 하나하나 정리하는 마음으로 오랫동안 즐겨온 터라 적어보려고 한다.

 

골프의 “골” 자만 들어도 열 받는 사람은 여기까지만 읽고 다른 글로 이동해 주기 바란다.

나의 친구 중에도 그런 친구가 있어서 미리 말해 두는 것이다. 골프를 하지 않는 사람에게 욕을 먹을 수도 있겠다.

 

S 구청 개청하면서 준비반장을 거쳐 초대 총무과장으로 일하다가 88 올림픽을 마치고

서기관으로 승진하여 시청으로 발령이 났으나 정식 보직이 없이

시청별관 702호실에 30여 명이 모여서 발령을 기다리는 동안 그냥 몰려다니며

점심을 먹고 나면 일없이 하루일과가 끝나는 시절이 있었다.

 

그 무렵 S 구청 방위협의회 간사이던 K 골프연습장 사장이 나에게 이런 시기에

골프나 배워두라고 권하면서 중고 골프채를 한 세트와 동시에

골프연습장 이용카드를 무료로 주어서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골프채를 잡기 시작했는데

어언 20년 동안 나와 인연을 맺어 왔고 그렇게 시작한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

 

나는 고관절염 수술을 한 후에 고관절이 부자연스러워 다른 운동은 할 수 없었는데

이때부터 매일 새벽에 일어나서 골프연습장을 찾아가서

한 시간씩 스윙연습을 하니까 부족한 운동도 보충하게 되고 매일 새벽에 만나는 분들과

교제도 하고 골프 자체가 재미가 있어서 건강과 취미를 동시에 충족하는 계기가 되었다.

 

다른 구기운동과 달리 운동하는 동안 사람과 서로 부디 칠 일도 없고

스스로 속도를 조절하면서 더구나 나날이 실력이 향상되는 것을 느낄 수 있고

돈이 많이 드는 운동이라지만 나는 돈 하나 쓰지 않고 매일 연습을 거듭하니

공짜라는 점이 좋았고 그러니까 더욱 열심히 연습을 하게 되었다.

 

골프채를 들고 연습장에 들어서면 마치 상류사회에 진입한 것 같았고

골프 한다는 사실을 은연중에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그 후 서울시 국회연락관으로 발령을 받고 국회에서 근무하였지만, 시간 여유도 있고

다른 스트레스도 없으니 퇴근후에 어느 정도 골프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당시 뚝섬경마장에 9홀의 퍼블릭 골프장을 서울시시우회에서 운영하고 있어서

전화로 신청만 하면 언제나 라운딩할 수 있는 여건이 되어 휴일에는

가락골프연습장과 뚝섬골프장을 번갈아가면서 골프를 즐길 수 있었다.

 

다시 S 구청 국장으로 발령을 받고 나니 구청의 과장 시절과는 다르게 혼자 방을 쓰고

여비서도 배치되어 있고 구청 관내의 골프를 즐기는 유력인사들과 교류도 하게되고

자연스럽게 동창들이나 사회 친구중에 골프하는 친구들과 자주 어울리게 되니까

이 때부터 골프는 내 생활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매주 라운딩하게 되고 공휴일이나 휴가 때는

언제나 골프만 하기에 이르렀다. 골프는 정직하여 연습한 만큼 스코어가 나니까

연습을 매일 하게 되고 그러니까 잘하게 되고 잘되니까 더 재미있고 내 성격과 골프가

궁합(?)이 맞아서 시간이 허락하면 골프연습을 했고 또 골프를 즐겼다.

 

사실 내 능력으로는 그렇게 못할 텐데 소위 당시에 잘 나가던 친구들이 스폰서 할 때가 가끔 있어서

그냥 따라 다니면서 유명 골프장을 여기저기 구경할 수 있는 경우가 있었다.

태릉, 남성대, 안양, 남부, 뉴서울, 88. 기흥, 한성, 한양, 관악,동서울,유성, 신원골프장 등

유명한 골프장을 모두 다른분들이 부킹하고 나는 골프채만 들고 알려주는 골프장 찾아 따라 다닐 수 있었다.

물론 골프 비용은 언제나 분담하는것이 원칙이었다. 

 

골프할때 동반자를 기쁘게 해 주어야 한다는 것을 터득했다.

상대방이 잘 쳤을때 자연스럽게 칭찬해 주고 나 잘못쳤다고 짜증내지 말고 언제나 시간 잘 지키고

재미있는 말 준비해서 라운딩하는 동안 즐겁게 웃겨주면 계속 골프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다만, 나는 고관절 수술 후유증으로 왼쪽 고관절이 발을 옮길 때마다 아파서

절룩거리며 골프를 하였지만, 오른쪽 다리로만 힘을 주고 스윙을 하는 타법도

자연스럽게 적응하여 익숙해졌다.

 

18홀을 걸어 다니면 후반에는 다리가 너무 아파서 절룩거리며 혼자 울기도 했다.

다리가 아파도 참고 걸었고 그래도 골프는 계속했다.

 

골프를 할 때마다 내가 이렇게 좋아하는 골프가 다리가 더 심하게 아파져

오늘이 마지막 하는 날이 되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며 다녔고 그 생각은 한 번도 거르지 않았다.

 

나는 공직자에 있는 소위 주말골퍼로서는 당시에는 비교적 골프를 잘했다.

필드에 나가면 소위 보기풀레이어 였지만 한때는 80대 중반 스코어를 유지하고 한 번은 79타를 쳐서 싱글패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연습못하고 기회가 적어지니 스코어를 말 할수 없게 되었다.

 

공직의 상급자나 상급기관 사람들과 골프 할 때는 골프를 잘하면

일 안 하고 골프만 쳤다는 좋지 않은 헛소문이 두려워 일부러 실수하는

모습을 보이며 대게는 동반자와 스코어를 비슷하게 조절하기도 했다.

 

드라이버를 칠 때 “멀리건”을 주고 받기도 하고 버터 할 때는 먼 거리도 "OK"하기도 하고

공 놓인 상태가 나쁘면 내 놓고 치게도 하는 것을 관행이고 미덕으로 생각했다.

 

또한, 캐디가 한 사람씩 동반할 때는 스코어를 적당히 “드리플”을 ‘더불“스코어로

적어주기도 하는 것을 보고도 그냥 넘어가 주는 것도 매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규칙을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고 그 점은 부끄러운 일이다.

그러나 공직자신분으로 골프 할 때는 대부분 숨어서 다니는 것이 관행이었다.

 

문민정부 시절 김영삼 대통령은 공직자에게 골프를 못하게 압박해서 한 동안 골프를 못 했었다.

어느 외국귀빈이 청와대에서 골프 운동도 정부에서 통제하느냐고 말해 가십 기사가 나기도 했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도 공직자가 골프 치는 일을 역시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한때 정무직공무원이 골프 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공직자들은 대부분 골프를 할 때는 숨어서한다고 “도둑골프”라고 하기도 했다.

다시 생각해도 정말 웃기는 짓을 하고 다녔다.

 

대통령이 골프를 안 한다고 다른 사람도 못하게 하는 해프닝이 이 땅에서 벌어졌다.

국무총리가 태풍이 휩쓸어 비상 근무하는 시간에 한가하게 골프를 했다면

비난받을 일이지만 평시에 취미삼아 운동으로 공휴일에 즐기는 것을 인위적으로 막는 것이 지나친 면도 있었지만

우리의 현실은 골프 친 것이 문제 되어 불이익을 받는 경우도 공직사회에서 없지 않았다.

 

그래서 골프백에는 네임을 가명으로 달고 다녔고 골프장에 입장할 때는

늘 다른 이름으로 바꾸어 쓰고 다녔다. 클럽하우스에서 가급적 아는 사람 만나지 않으려고

서둘러 목욕을 하고 식사를 되도록 골프장 밖에서 하려고 유도했다.

 

이제 공직을 정년퇴임 하고 난후 내 골프백에 내 이름표 달고 당당히 다니는 것도으로도

처음에는 하나의 즐거움이 되었다.

 

그러나, 막상이제 퇴직하고 나서 보니 골프 부킹도 쉽지 않고 오히려 시간도 잘 맞지 않고

한 번 하는 것도 그린피가 인상되어 돈도 많이 들어 퇴임 후에 골프 하는 날의 빈도는 오히려 줄었다.

고향땅에 있는 골프장의 회원권을 가지고 있어도 일년에 몇번 밖에는 가지 못한다.

 

싼값에 골프 하려고 태국으로 가기도 하고 또는 말레이지어로 매년 방학 때가 되면

외국으로 나가는 것도 더위와 추위를 피하기 위함보다는 값싸게 골프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외국으로 나가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외화를 써가면서 꼭 외국에까지 가서 골프를 해야하느냐고 비난의 목소리도 듣고 있지만

국내에서 보다 돈이 덜드니까 취미를 따라 간다고 생각한다.

 

지난날 골프를 즐긴 일로 인해서 빼앗긴 시간과 돈이 많이 들었기 때문에

아쉽기는 하지만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골프는 신사운동으로 매너가 생명이다. 골프를 하면 상대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고

하는 말도 틀리는 말이 아니다.

 

마치 인생을 닮아서 자칫하면 홀마다 실패할 수도 있고

또 다음 홀에서 만회할 수도 있다. 마음의 안정이 없이 불안하면 볼이 잘 맞지 않는다.

 

골프 할 때 작은 돈이라도 내기를 하면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는 말이 실감 나고

다른 사람이 공을 칠 때 그 사람을 배려하는 것이 기본이다.

 

동반한 사람이 샷을 하는 동안 떠벌리고 규칙 지키지 않고 자기 혼자 잘 쳤다고 자랑하면

그 사람과는 누구나 다음에는 동반을 피하고 싶어 한다.

 

경기진행을 빨리해야지 걸음속도가 혼자 느리거나 볼을 칠 때 늦장을 부리거나

볼을 양해 없이 좋은 자리로 옮겨놓고 치게 되면 내 볼을 내가 쳐도

동반자가 눈살을 찌푸린다.

 

매너는 골프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특히 골프약속을 일방적으로 어기거나 양해 없이 일정을 바꾸면

왕따 당하기 쉽고 믿을 수 없는 사람으로 낙인이 찍힌다.

 

낚시에 월척을 자랑하듯이 골프의 홀인원은 정말 자랑이다.

홀인원 기념으로 그곳에 나무를 심기도 하고 골프공에 이름을 새겨 돌리기도 하고

동반자에게 다음에 초청하여 풀 스폰서를 하는 등 영예로운 일인데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기회가 없어서 못해 봤다.

 

홀인원 할 때를 대비해서 보험까지 가입했지만, 아직도 기회가 오지 않는다.

골프를 하려면 몇 가지의 전제조건을 구비해야 골프를 할 수 있다.

 

어느 정도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어야 하고 18홀을 돌 수 있는

건강의 뒷받침이 있어야 하고 함께 다닐 친구가 있어야 하고 골프를 할 수 있는

자신의 시간이 있어야 한다.

 

나는 최근에 강의 시간 때문에 시간에 쫓기고 돈도 여유가 없고

더구나 무릎이 아파서 한동안 할 수가 없었다.

 

대부분 사람이 이쯤에서 골프채를 놓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요즈음 대안이 생겼다. 소위 스크린 골프이다.

좁은 실내공간에 스크린위에 영상으로 골프장을 펼쳐 놓고 컴퓨터로 연출해서

실제 골프와 같은 방법으로 진행한다. 공이 날아가고 그린 위에 공이 오른다.

 

골프장까지 이동시간도 집에서 걸어서 5분 이내에 있고, 바람이 불거나 비가오거나

눈이 와도 전천후로 라운딩할 수 있고 실제 골프보다 돈도 무척 적게 든다.

 

무더위에는 에어컨 켜고 치면 되고 점심때가 되면 자장면 시켜 먹고 커피는 무료 제공이다.

혼자 해도 좋고 아내와 둘이 해도 되고 서너 명이 해도 될 뿐 아니라 낮이나 밤이나 언제나 가능하고,

이거야말로 골프애호가에게는 정말 희소식이다.

 

큰돈 드리지 않고 시간이 되면 언제라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나를 즐겁게 한다.

여러 해 전에 “가라오케”라고 해서 노래방이 생겼을 때와 같이

또 다른 문화로 “스크린 골프”라는 이름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9월이면 1년 중 골프 하기 가장 좋은 계절인데 시간의 제약으로

단 한 번도 라운딩할 수 없는 아쉬움을 달래주는 것이 집 앞에 생긴 스크린 골프이다.

 

오늘 스크린골프를 하고 나서 불현듯 골프생각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서 이 글을 쓴다.

돌이켜 보면 아내와 함께할 수 있는 골프를 배우고 즐기는 지금이 좋다.

 

어느 존경하는 선배가 골프하는중에 무심고 던진 말이 머리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이 �프의 약점은 너무 재미있다는 거야! 인간이 만든 오락중에 가장 재미가 있단 말이야"

 

이 골프를 즐기는 일이 오래오래 지속하였으면 좋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