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명성황후”를 보고 나서
청암 이 보 규
오랜만에 세종문화회관에서 뮤지컬 명성황후를 관람했다.
우리나라에서 제작한 뮤지컬 명성황후의 명성을 일찍 알고 있었지만
차일피일하다가 관람하지 못하던 중에
마침 가까운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한다기에 저녁에 다른 모임 약속을 취소하고
아내와 지하철을 타고 한숨에 달려갔다.
그동안 뮤지컬은 일상에서 익숙하지 않아서 자주 구경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관람하면 또 다른 감동이 있어서 되도록 기회가 주어지면
그 앞으로 다가가서 감상하곤 했다.
‘명성황후“는 우리의 역사 속에 실존인물 “민비”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졌지만
비운의 왕비로 조선 말기의 정권과 국제외교에 크게 영향력을 발휘하는 동안
당시의 실세였던 “대원군”과의 갈등으로 너무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역사 속의 인물의 지난 행적이나 사실을 두고
인제 와서 누가 잘하고 잘 못한 사실을 평가한다는 것이 큰 의미는 없지만,
총명하였고 시아버지와 당당히 권력을 다투는 등 명성황후는 역사 속의 큰 인물이다.
남편인 고종황제와 시아버지의 그늘에서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처신하는 모습이
지금도 상상하면 그림으로 보인다.
당시 우리 조선은 독립국으로서 강대국의 틈에서 약소국의 비애를 안고
살았던 일을 생각하면 할수록 분하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일본은 대륙진출을 위한 교두보로서 조선이 필요했고
중국은 종주국의 기득권을 버리고 싶지 않았고
러시아는 해양으로 팽창하고자 하는 욕망에 불타있던 시절의
상징적인 희생양이 명성황후이다.
아무리 힘이 세다고 다른 나라의 황실을 칼을 들고 들어와
황후를 시해하는 야만적인 행위를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급기야는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이 이 땅에서 벌어지고
일본은 야비하게 양국과의 전쟁에서 이기고 대동아의 야망을 키우는 계기가 되고
우리나라를 식민지로 삼는 기반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속담처럼 국가의 운명이 풍전등화와 같은 모습이
우리의 조국 조선왕조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뮤지컬은 화려하고 장엄하고 감동적이었다.
애틋한 사랑이야기도 있고 짧은 시간에 많은 메시지를 토해내고 있었다.
특히 무과시험장면, 잉태를 기원하는 굿의 장면.
마지막 일어나라 조선이여를 부르는 장면 등은 무대예술의 극치였다.
미운 일본에 대한 적개심이 다시 솟아나고 그 당시 약한 국력이 분하고 원통했다.
영상과 회전무대 그리고 과거와 현재를 조명하는 기법이 다양하고
또한 배우의 의상이나 가창력이 뛰어났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미 내용을 알고 보니까 뜻을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아직도 뮤지컬은 나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영화나 TV드라마의 배우는 분장을 해도 얼굴을 알아볼 수 있고
자세히 클로즈업해서 보는데 뮤지컬은 분장이 요란하고 화려했다.
나는 관람료가 비싼 VIP 석에서 보았지만, 배우의 얼굴을 잘 모르겠고
뮤지컬의 대본이 노래로 전달되니까 어렴풋이 짐작은 할 수 있지만
정확하게 들을 수 없어 무척 아쉬웠다.
영상 자막처리도 영어로만 가능하니까 뜻만 짐작할 뿐이지
확실한 메시지가 내 가슴에 전달되지 않은 것은 나의 식견의 한계일 수도 있겠다.
아무튼, 우리의 역사를 모르고 영어를 모르는 외국인이 관람한다면
내용 전달이 잘 안 될 것 같았다.
미국 뉴욕의 브로드웨이 링컨센터를 비롯하여 LA 등 외국공연도 많이 하고
앞으로 외국인이 더 많이 보아야 할 뮤지컬인데 뮤지컬 내용의 감동보다
화려한 의상에만 찬사가 주어진다면 내용에 대한 감동이 미흡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100만 명의 관객이 보고 난 다음 이제 보고 나서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만
그래도 아직 구경 못한 사람이 훨씬 많은 시점에 앞으로 보완을 계속하여
명실 공히 대한민국의 대표 뮤지컬이 되고
한국문화를 한층 격상시키는 작품이 되기를 바란다.
아쉬움은 관람료가 너무 비싸다. 일반서민이 관람하려면 입장료가 부담 된다.
다만, 더욱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게 하려면 관람료를 좀 값싸게 할 방안은 없을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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