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값이 너무 비싸다
청암 이보규
동대구역 커피점에 가격표
KTX를 타고 서울로 귀경하려고 동대구역에 미리 도착했다. 대구에서 오전에 대구지방교정청초청 강의를 마치고 K 청장과 점심을 먹고도 시간의 여유가 있었다. 지난번 달성군청초청 강의 때 열차표를 시간을 맞추어 예매했는데 동대구역으로 오는 시간에 교통체증으로 열차를 타지 못한 일이 생각나서 이번에는 시간 여유를 너무 두고 예매를 한 것이 잘못이었다.
아직도 열차출발시간이 약 1시간 정도 남아서 역 구내를 서성이며 천천히 걸으며 화장실도 다녀오고 아내가 좋아하는 경주 빵 한 상자를 사서 들고 남은 시간을 보내려고 여기저기를 둘러보아도 나와 같은 고객을 위한 배려가 없다. 일부 코너에 설치된 벤치에도 이미 다른 사람이 모두 앉아있어 빈자리가 없다.
서울에서 대구와 오가는 왕복 기차표를 미리 예매하고 떠났기 때문에 먼저 출발하는 열차와 표를 교환하려고 해도 KTX는 제일 빠른 열차가 내가 예매한 오후 2시12분 열차뿐이다. 창가에 기대서서 책을 보다가 커피 생각이 나서 커피 한잔을 하려고 여기저기 둘러보아도 커피자판기가 보이지 않는다. 구내에 있는 커피전문점을 찾아갔는데 커피 종류가 하도 많아서 무슨 커피를 마실까 망설였다. 가격표의 커피 값을 보니 고속도로 휴게실에서 마시던 1,000원 짜리 아메리칸 커피는 보이지 않는다.
나는 커피 이름도 잘 모르고 맛도 잘 모른다. 자판기에서 나오는 커피나 미리 설탕과 크림을 섞어 놓은 커피에 익숙하고 고작 헤이즐럿 커피맛을 아는 정도인데 커피 종류가 너무 많다. 커피 종류가 많은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게시된 커피 값을 두고 하는 말이다.
커피 애호가나 돈이 많으면 그까짓 몇천 원 가지고 말하느냐고 핀잔받을 수도 있겠다. 문제를 제기하는 초점은 그곳은 대중이 이용하는 공공의 서비스 공간이기 때문에 눈높이를 대중에게 두고 커피를 마시는 이용고객이 커피의 종류와 가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비싸고 능력이 모자라면 안 먹으면 그뿐이고 요즈음은 공급자가 고객의 수준을 선택하는 영업의 기본도 모르느냐고 할 수도 있다. 그걸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니다. 공공의 서비스 편의 시설에는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꾸어야 하는 발상을 하라는 것이다. 이것은 사회의 한 면에 불과하지만, 이제는 동대구역을 이용하는 고객에게 비싼 커피 값에 대해 설명이 있어야 한다.
많은 국민이 실직하고 세계 경제가 무척 어렵다.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가 없어 웃음을 모르는 학생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학교 공부 열심히 하여 성적도 좋고 매사에 모범을 보이는 제자가 취직할 곳 알아봐 달라고 할 때 나는 제자 보내놓고 마음속으로 울고 있었다.
고통을 분담하자고 노사가 합의하고 이를 외치는 이의 수가 더 늘어나야 한다. 국제적으로 나날이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가시적으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소모적인 아전인수격인 억지로 투쟁하는 국회 안의 정치인들이 과연 국민의 행복을 위한 투쟁일까 생각하면 어렵게 사는 국민이 한없이 불쌍하다. 모든 정책은 부자를 위해서도 세워야 하지만, 가난한 서민을 위해서도 깊은 고뇌가 있어야 한다.
빈부의 양극은 자기들 끼리끼리 모여 투쟁하는 상대가 아니라. 더불어 협력하며 공존해야 한다. 정치적인 보혁(保革)의 갈등도 이제 내 편의 승리를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그리고 과정을 무시하고 폭력을 불사하는 투쟁을 할 것이 아니라, 정책을 국민이 선택할 수 있도록 설득해 나아가야 한다. 커피이야기 하다가 세상이 시끄러우니까 별의별 생각을 하게 된다.
누구나 자기 입장에서 상 행위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적어도 공공장소의 상행위는 수단과 방법과 절차는 고객을 고려해야 한다. 저마다 상대를 배려함이 없이 자기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숙한 민주사회라면 대중을 먼저 고려하고 약자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하고 나의 것이라도 다른 사람 즉 상대를 의식해야 한다.
그날 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커피 값을 내려다가 커피 값이 너무 비싸서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돈이 아까워 돌아섰던 순간이 생각나서 이 글을 남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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