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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의 죽음과 초겨울의 단상

이보규 2011. 12. 20. 11:05

 

김정일의 죽음과 초겨울의 단상

 

                                                                    청암 이보규

 

 

창밖으로 보이는 건너편 아파트에 겨울 햇살이 따사롭게 보이는 아침입니다.

이제 올해도 열흘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겨울도 이제는 옛날처럼 무지무지하게 춥지 않습니다.

아마도 집안에 난방이 잘 되고 옷을 따뜻하게 입으니까 춥지 않게 느끼는 것 갔습니다.

 

 

방안에서 입김이 서리고 잉크병이 얼고 온몸을 움츠리고 살던 겨울을 생각납니다.

바지저고리 한 벌로 겨울을 살았습니다. 내의도 없고 외투도 없었습니다.

늘 배고파서 음식이 그립고 따뜻해지는 봄을 기다리며 살았습니다.

그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정말 행복합니다.

 

 

어제 김정일이 사망 소식이 알려지면서부터 관련기사가 신문과 TV에 온통 넘쳐납니다.

유명한 사람이 그리 나이도 많지 않은데 병으로 죽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오늘까지 건강한 몸으로 살아가는 내가 무척 고맙습니다.

 

 

세상에 태어나서 세상 모두가 자기 것인 양 뽐내며 으스대며 살던 이도 예외 없이 갑니다.

그들에 비하면 나야 존재도 없이 조그만 구석에 머물며 보잘것없이 살아가고 있지만

오늘까지 나를 지켜준 모든 여건에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우연이지만 북한 김일성과 우리 아버지와 동갑이고 김정일과 내가 동갑입니다.

그런데 김일성 보다 아버지가 더 사셨고 저도 김정일보다 더 살고 있습니다.

오래 산다고 자랑할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단순 생존기간을 행복의 척도로 보면

우리는 이 순간 비교적 우위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기쁩니다,

 

생각해보면 병원에 입원하지 않고 아프지 않다는 사실도 우리는 행복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 사실을 두고 오늘 우리가 기뻐할 일이 아닙니다.

김정일의 죽음은 남과 북이 대립하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 대한민국에 파장이 큽니다.

정부는 잘 대처해서 더 완벽한 평화를 구축하는 계기로 삼아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북한에서 권력을 이양하는 과정에 권력투쟁을 하며 관심을 밖으로 돌리게 할 의도로

혹시 남한에 무력으로 불장난을 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을 경험한 우리는 또 걱정스럽습니다.

 

나는 전문가도 아니고 식견도 없지만 누구나 상식으로 생각되는 이를 경계해야 합니다.

 

김정일의 죽음은 더도 덜도 말고 북한 주민에게 철권통치로 군림하던 독재자일 뿐입니다.

이 사실만을 기억하고 너무 요란하게 언론도 덩달아 춤추지 말아야 합니다.

 

전문가를 자처하는 이들도 언론을 통하여 나설 때 말을 자제하고 신중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들은 자기에게 주어진 일에 동요하지 말고 최선을 다 해주시기 바랍니다.

 

초겨울은 따뜻하게 우리를 지켜주기를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