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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규의 조각 추억 이야기(7) - 추석 무렵 일 밤 줍기

이보규 2018. 9. 27. 13:47



이보규의 조각 추억 이야기(7) - 추석 무렵 일 밤 줍기

 

( 손자 동규에게 들려줄 이야기)

 

우리 동내 비탈진 산 밑에 있는

집안 아저씨 집에는 큰 고목 올밤나무가

돌담에 붙어 있어 나뭇가지 절반은 담장 밖에 있었다.

 

그 밤나무는 올밤이라 추석 무렵이면

동네에서 제일 먼저 알밤이 떨어졌다.

그런데 담장 밖에서 누구나 알밤을 주어도

주인이 탓하지 않았다.

 

저녁부터 밤중에는 어두워서 알밤이 보이지 않아

먼동이 틀 무렵 새벽에 가면 밤을 주워올 수 있었다.

일찍 자고 새벽 일어나 산비탈을 돌아 올라간다.

 

어둠속에도 이미 먼저 온 사람의 인기척이 들린다.

눈에 안보이니까 깜깜하데 손으로 더듬어서 찾다보면

빈 밤송이 가시에 찔리기 일 수이다.

또는 소똥을 마지기도 한다.

 

날이 밝아지기를 기다려 다른 사람이

가지 않은 자리를 잡아야 몇 톨이라도 주울 수 있다.

말없이 여러 사람들과 밤 줍기 경쟁이 벌어진다.

담장 넘어 울안에는 풀도 없어 밤이 여기저기 보여도

담장 밖에서는 그림의 떡이고 누구도 월담 하지 않았다,

 

바람이 불지 않은 날은 허탕 치기도 한다.

어쩌다 한두 톨 주워오면 아까워서 먹을 수가 없다.

주머니에 넣고 손으로 만지작거리면

손때가 묻어 밤톨이 반질반질 해진다.

! 그때 그 밤 맛이 생각나는 그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알밤을 무척 좋아하는 이유가 그때 생각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