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규의 조각 추억 이야기(7) - 추석 무렵 일 밤 줍기
( 손자 동규에게 들려줄 이야기)
우리 동내 비탈진 산 밑에 있는
집안 아저씨 집에는 큰 고목 올밤나무가
돌담에 붙어 있어 나뭇가지 절반은 담장 밖에 있었다.
그 밤나무는 올밤이라 추석 무렵이면
동네에서 제일 먼저 알밤이 떨어졌다.
그런데 담장 밖에서 누구나 알밤을 주어도
주인이 탓하지 않았다.
저녁부터 밤중에는 어두워서 알밤이 보이지 않아
먼동이 틀 무렵 새벽에 가면 밤을 주워올 수 있었다.
일찍 자고 새벽 일어나 산비탈을 돌아 올라간다.
어둠속에도 이미 먼저 온 사람의 인기척이 들린다.
눈에 안보이니까 깜깜하데 손으로 더듬어서 찾다보면
빈 밤송이 가시에 찔리기 일 수이다.
또는 소똥을 마지기도 한다.
날이 밝아지기를 기다려 다른 사람이
가지 않은 자리를 잡아야 몇 톨이라도 주울 수 있다.
말없이 여러 사람들과 밤 줍기 경쟁이 벌어진다.
담장 넘어 울안에는 풀도 없어 밤이 여기저기 보여도
담장 밖에서는 그림의 떡이고 누구도 월담 하지 않았다,
바람이 불지 않은 날은 허탕 치기도 한다.
어쩌다 한두 톨 주워오면 아까워서 먹을 수가 없다.
주머니에 넣고 손으로 만지작거리면
손때가 묻어 밤톨이 반질반질 해진다.
아! 그때 그 밤 맛이 생각나는 그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알밤을 무척 좋아하는 이유가 그때 생각 때문이다.
'...♤ 이보규와 생각하기 > -이보규의 조각 추억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보규의 조각 추억 이야기(6) - 6.25 사변 때의 추억 (0) | 2018.08.24 |
---|---|
이보규의 조각 추억 이야기(5) - 늘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았다 (0) | 2018.08.05 |
이보규의 조각 추억 이야기(4) - 손자 동규에게 남기는 불교에 대한 나의 생각 (0) | 2018.08.05 |
이보규의 조각 추억 이야기 (3)-산나물 뜯으러 가시던 어머니 (0) | 2018.08.05 |
이보규의 조각 추억 이야기 (2) - 미역 줄기로 꼬봉을 만든 추억 (0) | 2018.05.10 |